'김용균씨' 계기로 문 대통령, 정규직 확대 약속…실제로는 적자 늘어 비정규직 양산
  • ▲ 지난 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태안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진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를 위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 지난 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태안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진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를 위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뉴시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 점검을 하던 한국서부발전 협력업체(하청) 직원 김용균(24)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김씨의 사망을 놓고 당시 언론은 ’죽음의 작업장에 내몰린 청년 김용균’, ‘죽음의 외주화 중단해야’, ‘세상이 김용균 씨를 죽였다’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를 계기로 ‘비정규직 및 협력업체 직원의 정규직전환’을 요구하는 여론이 촉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김용균씨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신분보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였던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비정규직'은 정부와 이에 편승한 일부 언론에 의해 청산해야 할 ‘적폐’의 아이콘으로 부각됐다.

    빚더미인데... “정규직 전환” 허울뿐인 약속

    한국전력공사는 문 대통령이 주도한 탈(脫)원전 정책 시행 이후 6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의 2018년 실적은 –2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 1천 612억원이 감소한 수치다.지난 1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의하면, 한전과 산하 6개 발전 자회사들은 올해 15조 6천 325억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에너지 산업의 규모를 축소 시키는 탈원전 정책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인력 구조 개편(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상충한다. 현재 전력 산업은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경영난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김용균씨 유가족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라고 한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의 ‘2019년 1/4분기 임직원수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김용균씨가 몸담았던 서부발전을 비롯한 한국전력공사 산하의 발전 4개 공기업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은 모두 정규직을 줄이고 하청 및 파견 직원을 늘리는 선택을 했다. 

    이들 자회사는 작년과 올해 1분기 사이에 평균 5.585명의 정규직을 줄이고 76.2명의 협력업체 직원을 채용했다. 경영 악화로 인해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 현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자극적 소재만 다루는 언론... 본질은 살피지 않아

    ‘죽음의 외주화’ 처럼 자극적인 기사로 노동자 김용균 씨의 죽음을 거론한 언론은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경제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지를 다룬 기사는 찾기 힘들다. 문 대통령의 인력구조 개편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검증을 다룬 언론도 보기 어려웠다.

    지금도 현장의 많은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고용의 주체인 사용자가 배제된 현 경제 정책으로는 안정된 일자리의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2의 김용균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언론은 자극적인 현실의 단면만 보지 말고, 본질은 확인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