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자유조선’ 활약 덕분 종북세력 긴장
  • ▲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로 가던 도중 열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는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로 가던 도중 열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는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역량이면, 김정은을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빼낸 암호장비 덕분에 국내 종북세력과 북한이 긴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를 통해 지난 2월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가는 도중 언론에 포착된 담배 피는 모습을 가리켜 “이것이 언론 카메라가 아니라 저격총이었다면 김정은은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교수는 2004년 1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김정일이 주민들에게 1년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일, 이스라엘 공군이 지난 4월 13일 시리아 미사일 개발단지를 공습해 북한 기술자가 사망한 일 등을 예로 들며 “이스라엘 모사드의 역량이라면 김정은을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한 ‘자유조선’이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암호전문용 자재를 빼낸 일과 관련해 “북한은 그동안 아날로그식 암호장비를 사용해 서방국가들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이 일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북한이 내리는 비밀지령을 해독할 수 있게 돼 한국 내 종북세력 등이 매우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이 ‘자유조선’ 회원인 크리스토퍼 안을 LA에서 체포한 일과 관련해 “미국이 스페인 정부에 크리스토퍼 안의 신병을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 교수의 영상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2019년 4월 18일 미국 FBI는 자유조선 멤버 미 해병대 출신 크리스토퍼 안을 로스엔젤레스에서 전격적으로 체포했다. FBI는 에이드리안 홍을 그의 숙소에서 체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2월 22일 자유조선에 의한 스페인 북한 대사관 사건이 일어나고 스페인 법원이 범인 인도를 요청한 이후 처음으로 자유조선 멤버가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북한 정권을 둘러싼 미국과 세계 국가들의 사이의 치열한 첩보전과 정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사례들을 보면 이번 사건이 더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특별열차를 타고 하노이 회담을 위해 가는 도중에 잠깐 내려서 휴식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김여정이 김정은 앞에서 담배 재떨이를 들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을 두고 우리 언론들은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았다.

    동생 김여정이 공손하게 오빠 김정은에게 재떨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사진기 대신에 망원렌즈가 달린 총이 그 사진사의 손에 들려있었다고 한다면 김정은은 암살되었을 것이다.

    이 사진은 기자가 찍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김정은에 대한 경고용으로 찍어서 돌린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저한 경계망을 뚫고 찍힌 이 사진을 본 김정은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을 것이다. 자유조선 사건은 이런 형태의 첩보전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04년 1월 22일 1시경에 일어난 북한 용천역 대폭발 사고는 그 열차에 타고 있던 시리아 과학자를 죽이기 위한 모사드 활동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주장은 영국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PD인 고든 토마스가 쓴 ‘기드온의 스파이’라는 책에 나온다. 태영호 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사건 직후 테이프로 붙여진 핸드폰이 용천역 근처 건물 벽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북한은 2003년부터 핸드폰 사용이 허가되었다. 이 사건 직후 김정일은 북한 전역에서 핸드폰 사용을 전격 중지시켰다. 용천사건이 핸드폰과 관련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 사용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정일이 핸드폰 사용을 왜 중지시켰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2019년 4월 13일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 내에 있는 미사일 공장을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거기서 근무하던 북한 기술자가 죽었다는 사실이 이스라엘 <데브카 파일>이라는 군사전문지를 통해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북한-시리아-이란 커넥션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의회와 백악관에 막강한 로비능력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은 미국을 움직여 자국에게 위협이 되는 북한 정권 붕괴를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직접 나서서 북한을 응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태영호 공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자유조선이 스페인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갖고 나온 암호해독 컴퓨터는 그동안 김정은 정권의 해외와 남한 내에서 공작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 공산당이 항일전쟁 때 개발한 아날로그식 암호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첨단 감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스페인 북한 대사관 암호해독 컴퓨터를 통해서 북한 공작 활동의 많은 부분이 파악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남한 내 북한 간첩과 동조세력에게 보낸 북한의 지령문 해독이 가능하게 된다고 하면 북한의 대남 전복 전략의 실체도 규명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조선에 의한 스페인 사건 이후 남한 내 간첩들과 북한 동조세력들은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첩보전과 관련된 사례들에서 보는 것처럼 자유조선 사건은 당분간 그 성격이 분명하게 규명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유조선은 김정일 타도와 북한 임시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북한 내에 노동당원들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2019년 4월 7일 자유조선은 홈페이지에 ‘8279’라는 암호 숫자를 올려두었다. 자유조선이 ‘큰 일 들’을 준비할 때마다 홈페이지에 이런 암호를 올렸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스페인과 같은 북한 외부가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큰 일 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조선 멤버들은 해외와 북한 내부에 네트워크 비밀 조직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를 파악하기조차 매우 어렵다. 미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유조선 멤버 크리스토퍼 안의 범인인도재판 과정을 미국과 세계 국가들 사이의 첩보전과 정보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사건의 맥락이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LA 법원에서 4월 19일 열린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첫 번째 심리에서 자유조선 변호인 리 월러스키는 이 사건을 비공개로 다루어줄 것을 요청했다. 법무부측은 공개를 요구했다. 4월 23일 두 번째 열린 공개 재판에서 로젠블루스 판사는 재판 공개를 결정하고 크리스토퍼 안의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범인인도조약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미국 국무부에 범인 인도 요청서를 제출하면 국무장관이 이를 검토한 후 법무부로 보낸다. 법무부는 이를 검토 후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FBI에게 혐의자를 체포한 후 재판부에 넘긴다. 이때 재판은 다른 사건들과 달리 단심제이다. 다만 혐의자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낼 수 있다.

    재판부가 인도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건은 그것으로 마무리된다. 인도 필요성이 있을 경우 법무부로 되돌려 보내져서 국무장관이 인도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크리스토퍼 안의 경우 미 국무부와 법무부의 결정을 거쳐서 현재 사건이 법원으로 넘겨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리 월러스키 자유조선 측 변호사는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초청을 받아 들어갔다는 사실들을 포함하여 자유조선 멤버들의 주장을 자료로서 입증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자 3월 26일 자유조선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들은 대사관을 담을 뛰어넘어 침입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초청받아 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직후 대사관 내부에서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범인 인도 재판에서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스페인 경찰에 진술한 내용과 자유조선 멤버들이 미국 법원에서 진술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4월 19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영문 성명에서 자유조선은 “북한 정권이 제기한 범죄 고소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 시민들에 대해서 영장을 집행한 미 법무부의 조치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성명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고문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온 시민이 얼마 전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것은 버지니아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자유조선 측은 미국 정부가 체포하고자 하는 자유조선 멤버인 미국인들의 안전과 보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러한 자유조선의 불만에 대해서 미 법무부 대변인은 범죄 행위로 인하여 다른 나라로 인도되는 미국인은 미국의 동의없이 북한과 같은 제3국으로 보내지지 않는다는 것이 범죄인도 조약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성은 스페인 사건에 미국 정부는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자유조선 멤버들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나토 동맹국이 스페인과의 외교 관계와 치외 법권 준수와 관련된 외교 규범을 존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하노이 회담 1주일 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백악관과 국무성이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신병 확보 결정은 미국 고위층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범인인도조약은 대부분 정치적, 군사적 사안들과 관련해서는 자국 시민을 인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법원이 인도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자인 미 국무장관이 정치적 고려 하에서 자유조선 멤버들의 스페인 인도를 거부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자유조선은 3월 26일 성명에서 북한 대사관에서 갖고 나온 극비의 자료들을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미 FBI의 요청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공유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어떤 이유때문인지 이 사실이 언론에 유출되었다고 한다. 이런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자유조선은 미 FBI와의 약속이 깨져버렸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 정부 당국은 스페인 대사관에서 갖고 나온 컴퓨터와 문서들을 그 내용은 보지 않고 스페인 정부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고 한다. 이 사안의 성격으로 볼 때 미국 정부가 컴퓨터 내용을 복사하지 않고 문서들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돌려주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 법원과 정부가 미국 국가이익에 중요한 북한의 극비 정보들을 제공한 자유조선 멤버들을 스페인으로 인도한다고 할 경우 앞으로는 어느 누구도 미국에게 고급 극비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안과 영장이 발부된 멤버들이 미국 내에서 인도 거부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재판은 2~3년 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멤버들이 조만간에 스페인으로 인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 법원이 재판에서 이 멤버들을 인도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도 높다. 설령 미국 법원이 인도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미 국무성이 이들의 인도를 보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이 사건을 범죄인도 조약에 준해서 처리하면서 스페인과 북한 모두에게 명분을 확보한 후 이들을 스페인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마무리 짓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