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면 한국당 간다” 이언주 공개 발언에 득실계산… 찬반 갈리자 본인도 한발 빼
  •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정상윤 기자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정상윤 기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한국당행 희망' 발언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의원의 한국당행 설은 그가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주창, 우클릭 행보를 보인 지난해 말부터 시중에 돌았다. 정치권은, '명분'과 '시기'의 문제일 뿐, 이 의원의 한국당 행 자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언주 의원은 그 '시기'를 지금으로 본 모양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고 공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더니, 지난 19일 직접 ‘한국당 행’을 흘렸다.  

    이언주 "오라고 하면 한국당 간다"

    이 의원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정치평론가 고성국씨의 '자유우파 필승대전략' 출판 기념회 공개 석상에서 "한국당이 오라고 하면 간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다수 의원들이 참석해 있었다.  

    이 의원은 "(한국당에서) '이제 와야지'라고 한마디씩 하면 저는 '아유, 그럼요'라고 답한다"며 "확실한 건 우리는 결국 총선 전에 만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이 의원을 두고 "한국당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분"이라며 "언제 꽃가마를 태워 드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난 행사만 보면 이언주 의원의 한국당 입당이 뻥 뚫린 고속도로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 의원 영입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녀를 향한 우파의 관심은 버블? 

    한국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이 의원의 '한국당 행' 발언에 대해 "그저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의원을 향한 보수·우파 진영의 관심을 "거품"이라고도 표현하는 등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 의원이 처음 우클릭 행보를 시작한 뒤 한국당 내에서 '이언주 의원 말 참 잘한다' '우파의 새로운 잔다르크다' 라는 호평이 이어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자칭 '제3의 길'을 표방한 바른미래당 의원 소속일 때는 그의 우클릭 '파격'이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당에 들어오는 순간, '파격'은 '일상'이 되고 말 것이란 설명이다. 

    더욱이 이언주 의원이 그간의 행보처럼 입당 후 당지도부나 원내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또다른 파격을 감행할 경우 당 내분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언주 의원이 여태 어떤 행보를 보였냐도 중요하다"며 "지금은 손학규(바른미래당 당대표)가 타켓이지만, 한국당에 들어오는 순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밟고 올라서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정상윤 기자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정상윤 기자
    안철수 따라 탈당 후, '안철수 비난' 전력  

    이언주 의원은 민주당 계열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나 점점 친문 계열의 당 장악력이 강해지자 2017년 4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돕겠다며 탈당을 감행한다. 

    그랬던 이 의원은 국민의당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입당 4개월 만에 안철수 전 대표를 밟고 일어서기 시작한다. 

    이 의원은 그해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대표는 철학이 정확하지 않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간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보고 '당 트러블 메이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이 의원을 류여해 한국당 전 최고위원과 비교하는 시각까지 등장한다.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강성 발언으로 보수 여성 정치인 중 여전사 대우를 받았지만, 최고위원 당시 홍준표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대립하다가 당에서 제명됐다.  

    이언주의 '전략적' 가치에 중점 둔 '찬성론'

    이언주 의원에게 기대감을 거는 한국당 의원들도 있다. 당의 전략 자산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출마 가능성이 있는 부산 중구영도구(현재 한국당 김무성 의원 지역구)에 나간다면 '빅 매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부산 영도는 여타 지역보다 그 지역 출신 정치인에게 가산점을 후하게 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영도 여고' 출신이다.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 의원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보수우파 진영 내에서 가진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의원이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이언주 TV' 구독자 수는 22일 현재 19만 2530명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이 올린 콘텐츠는 보수 우파·진영에서 운영하는 카톡방 등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대여투쟁력, 지지층 결집력을 증명한다.   
    이 의원의 영향력은 인터넷 검색엔진에서도 드러난다. '이언주'가 들어간 기사가 TOP 랭킹 10위 권에 오르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언주 파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당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당 중진 의원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며 "그래도 이언주 의원은 다 알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라고 특별하고 적극적인 영입을 시도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21일 "당장 자유한국당 입당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도가 쏟아졌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