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의사' 박지원, 돌연 연락 두절… 의결정족수 못채워… 靑, 임명 강행할 듯
  • ▲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인해 파행되고 있다.ⓒ박성원 기자
    ▲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인해 파행되고 있다.ⓒ박성원 기자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여야의 대치 끝에 불발됐다. "이미선은 채택할 수 없다"는 야권의 성토에 여당이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대응하면서, 이날 안건으로 상정됐던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까지 불발된 것이다. 청와대는 19일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양당 합의로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만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민주당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당초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돌연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는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며, 상정된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날 회의에는 법사위 재적위원 18명 가운데 여상규 위원장을 포함해 김도읍·이은재·이완영·장제원·주광덕·정갑윤 한국당 의원, 오신환·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 9명이 참석했다. 같은 야권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참석했다면 의결이 가능했지만, 박 의원의 불참으로 산회했다. 


  • ▲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인해 파행되고 있다.ⓒ박성원 기자
    ▲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인해 파행되고 있다.ⓒ박성원 기자
    이미선 고집하다 퇴장한 민주당

    앞서 12일 여야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이미선을 제외한 문형배만 채택'과 '동반 채택'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의사일정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청와대는 18일을 시한으로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요청했고, 이날 다시 전체회의가 열렸다.

    여 위원장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께서 18일까지 문형배·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해달라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근데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자를 포함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3당 간사 간 명시적 합의는 없었다 하더라도 여당의 이런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송기헌 민주당 간사는 "이미선 후보자를 채택 못하겠다는 야당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3당 간사 간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결정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위원장의 독단적 해석"이라며 "이미 이 후보자에 의혹이 상당부분 해명됐는데도 야당이 이렇게 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퇴장했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을 포함해 야당 의원들은 "말씀만 하시고 가는 게 어디 있느냐"며 만류했지만 송 의원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여 위원장은 "세상에 저런 집권여당이 어디 있나. 대통령이 요구한 청문보고서 2건 중 한 건만 상정했다고 여당이 단체 퇴장을 한다"고 일침을 놨다. 김도읍 한국당 간사는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불거진 의혹 이상의 더 많은 의혹이 있다. 남편 변명을 조국 수석이 뒤에서 합법화한 게 전부다. 반면 문형배 후보자에 대해서는 우리가 채택해주겠다고 합의하지 않았나.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죽어도 이미선은 안 돼"

    현재 한국당은 "이미선 후보자는 국민 55% 이상이 반대하는 부적격 후보자로, 헌법재판관 자리에 앉아선 안 되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공개석상에서 "이미선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모든 힘을 동원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날린 바 있다.

    이에 당초부터 이날 전체회의에 대한 관심은 ‘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포기하고 문 후보만이라도 보고서를 채택할 것인가’에 집중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두 후보자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할 의사가 없다"고 맞섰고, 바른미래당은 "여당 의원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졌다. 문 후보자는 희생시켜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안건이 상정됐지만, 의결하려면 1석이 더 필요했다. 박지원 민평당 의원이 참석하면 의결이 가능했지만, 애초 회의에 참석하겠다던 박 의원이 4시40분 돌연 "갈 수 없다"는 문자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을 기다리느라 10분간 정회했다 다시 개회한 여 위원장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국회 역사상 처음"이라며 "박지원 의원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 같은 당 정동영 민평당 대표도 연락이 안 된다. 국익이 무시되고 법치가 무시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 ▲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인해 파행되고 있다. 당초 참석하기로 알려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좌석이 비어있다.ⓒ박성원 기자
    ▲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인해 파행되고 있다. 당초 참석하기로 알려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좌석이 비어있다.ⓒ박성원 기자
    청와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 시사

    이날 끝내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지만, 사실상 이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할 방침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법사위 회의가 열리기 전 청와대는 "오늘까지 청문보고서가 도착이 안 되면 내일쯤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현재 우즈벡을 순방중인 대통령 일정을 고려해 현지에서 아침에 전자결재하신다면 한국시간으로 낮 12시경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그럴 경우에도 임기는 이곳 시간 기준으로 19일 0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을 향한 야권의 성토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현재 이미선 후보자는 주식투자 의혹 외에도 논문 표절, 증여세 탈세 논란 등에 휘말려 있다. 김도읍 의원은 "청와대는 처음 이 후보자의 학식·경륜을 거론하더니, 도덕 논란에 휘말리자 '40대·여성·지방대'라는 감정적 논거를 들이밀고 있다. 조국 수석은 인사검증 실패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 위원장은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그런 청와대 의견에 따르면 민주당의 직무유기가 이렇게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이걸 보고 문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할지 참 궁금하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 불참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쪽에서 불참을 종용하지 않았겠나는 보고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