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주식만 35억 "남편이 했다" 이미선 답변에 여당도 탄식
  • ▲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이종현 기자
    ▲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이종현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최대 화두는 ‘주식 과다보유’ 논란이다. 이 후보자의 전체 재산 42억6000여 만원 중 약 35억4800만원(약 83%)이 주식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도덕성’ 문제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주식은 남편이 관리”했다는 석연찮은 해명으로 일관해, 야권에서는 ‘이 후보자 남편 청문회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여당조차 고개를 내저었다.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13~18년 법관으로 재직하며 376회에 걸쳐 67개 종목의 주식을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재판은 뒷전이고 판사는 부업으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 두 자녀 명의의 재산으로 총 46억6900만원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35억4900만원(남편 28억8300만원, 자신 6억6600만원)이 주식이다. 

    한숨을 쉬기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초우량 주식보다 생소한 코스닥 주식에, 특히 특정 회사에 속칭 ‘몰빵’ 투자를 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조 의원은 끝내 “주식이 왜 이렇게 많으냐”며 탄식하기도 했다. 

    특히 검사 출신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저도 검사를 했지만 공무원은 주식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면서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인 판·검사 정도면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안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관은 고도의 윤리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판·검사는 주식 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남편이 주식 관리” 김의겸 ‘아내 탓’ 판박이?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재판업무에 매진하면서 재산문제는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며 발뺌했다. 

    이 후보자는 “종목·수량 선정은 모두 배우자가 했다. (나는) 주식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1년에 한 번 재산신고를 할 때만 확인했다”며 “남편은 2001년부터 주식을 했고, 제 명의로 시작한 건 2011년 6월 무렵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 모두 남편 명의로 거래하다 보니 가계자산이 남편에게 집중되는 것 같아서 그것을 나누기로 상의했다”며 “2011년 6월부터 2014년 남편 명의 계좌에 있던 주식을 제 명의로 이체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의 무책임한 해명에 여야가 모두 혀를 내둘렀다. 주 의원은 “본인은 몰랐는데, 남편이 도장을 가져가서 몰래 거래를 했다는 거냐”며 “이 후보자는 전체 재산의 84%가 주식으로, 하지만 우량주가 아닌 일반투자자는 알 수 없는 낯선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도 “이 청문회는 후보자 청문회이지 남편 청문회가 아니다”라며 “본인이 정확히 관여한 부분은 얘기해야지 계속 그렇게 하면 ‘남편 청문회’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판사 시절 주식 보유한 회사 관련 재판까지

    설상가상으로 이 후보자는 주식을 보유한 회사와 관련한 재판을 맡았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이 후보자 부부는 OCI그룹 계열사 ‘이테크건설’ 주식을 17억4596만원(전체 주식의 49.1%) 보유했다. 또 다른 OCI 계열사인 ‘삼광글라스’ 주식 6억5937만원(전체 주식의 18.5%)도 보유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맡고 있던 지난해 10월, OCI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이테크건설의 하도급 운송업체 관련 재판을 맡았다는 것. 주광덕 의원은 “후보자 부부가 수억원의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을 후보자가 진행하는 것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해당 재판과 OCI 계열사는 무관하다. 내부정보나 이해충돌문제, 불법 요소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판사로서 도덕성 자질이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0위권에 ‘이테크건설’이 오르기도 했다. 

    청문회 당일 자료 준비? 법사위원장마저 분노 표출

    오후에는 이 후보자의 미미한 자료 제출이 집중포화의 대상이 됐다. 오전에 이미 한국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무성의한 자료 제출을 지적하며 “점심시간까지 제출할 것”을 법사위원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오후 청문회가 속개된 후 이 후보자는 “(자료를)준비하겠다”고 답변해 야당 의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야당 의원들은 “도대체 왜 자료를 안 주나. 지금 준비 중인가. 내가 다섯 번을 요청했다”(이은재) “지금 준비한다는 건가”(장제원) “아까 점심시간 이후 몇 시까지 제출해 달라고 얘기했다. 4시까지 제출해 달라”(여상규)며 성토했다.

    심지어 여상규 법사위원장마저 “이제 와서 자료를 준비한다고 하면 청문회를 어떻게 하나. 자료 제출을 요구한 위원들 입장에서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이미 전날인 9일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가 청문회를 하면 뭐하냐. 어떤 의혹이나 문제가 제기돼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할 텐데. 문 후보자는 이미 헌법재판관”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대로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와 정면충돌도 예상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도 강행한다면 의회와 전면전을 선언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이 후보자에게 헌법재판소를 맡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후보자까지 임명을 강행한다면 의회와 전면전으로 볼 테니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