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수입·지출 내역 전방위적 조사… RFA "거액 외화 바치면 풀려나"
  • ▲ 2016년 북한선전매체가 공개한 재입북자 좌담회. 탈북자를 협박해 재입북시키는 것도 국가보위성이 하는 일 중 하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북한선전매체가 공개한 재입북자 좌담회. 탈북자를 협박해 재입북시키는 것도 국가보위성이 하는 일 중 하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각 지역 보위부 요원들이 관할지역 내 탈북자 가족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5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위부 요원들은 탈북자 가족 가운데서도 장마당에서 도매상을 하는 등 수입이 괜찮은 가정만 노린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황해남도 소식통은 “최근 해주에 사는 탈북자 가족이 보위부에 불려가 장마당에서 장사해 벌어들이는 수입과 지출내역 등을 조사받았다”며 “보위부가 갑자기 조사하자 이들은 왜 조사하는지 몰라 당황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는 과거 탈북자 가족이라 해서 무조건 조사하지는 않았다. 한국에 사는 가족·친척과 전화통화를 하다 적발되거나 북한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탈북을 시도하다 걸린 현행범만 체포해 반역 혐의로 조사했다. 그러나 "최근 보위부는 모든 탈북자 가족을 대상으로 가계경제를 조사한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보위부의 조사를 받는 사람들은 주로 해주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로, 가난한 탈북자 가족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소식통은 “분명 탈북자 가족을 협박해 자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라며 “막강한 권력을 가진 보위부에 맞서 봐야 결국 한국과 내통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 갈 게 뻔해 거액의 외화를 뇌물로 바치고 풀려난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양강도 소식통은 “중국과 가까운 양강도는 1990년대부터 탈북한 사람이 많다 보니 주민들이 보위부 등 사법기관 조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아는 반면 황해도 같은 지역에는 탈북자가 드물다 보니 그 가족들은 보위부가 호출만 해도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15일) 같은 명절을 앞두고 보위부가 탈북자 가족을 불러 조사할 때는 속셈이 뻔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겁에 질려 뇌물을 바치게 돼 있다”고 전했다.

    보위부 요원들이 북한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에게 돈을 빼앗는다는 소식은 몇 년 전부터 있었다. 모두 개인적으로 뇌물을 받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번처럼 보위부가 조직적으로 나서서 탈북자 가족들로부터 돈을 빼앗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