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항소심] 검찰, 핵심증인 인터폴 수배 해놓고 '나몰라라'… 법원 '부실수사' 지적
  •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검찰이 김석한 에이킨검프(Akin Gump) 변호사에 대해 인터폴에는 적색수배를, 미국 사법당국에는 공조를 요청한 후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대리인’이라고 검찰이 주장하는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키맨’으로 볼 수 있음에도 검찰은 ‘나 몰라라’ 한 셈이다.

    MB-檢, '자금 수수' 주도 김석한 증인신문 필요성 공방

    김 변호사는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불출석해 그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변호인단과 검찰은 김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김석한 변호사의 역할과 지위와 관련해서 김백준 전 기획관과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이 명확히 갈라지고 있다”며 김 변호사의 증인신문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김석한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석한이 어떤 의도로 돈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 두 사람의 진술이 상당히 불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측 "김석한, 뇌물 수수 또는 뇌물 공여 공범"

    그러면서 “‘김석한이 찾아와 이 전 대통령 측에서 먼저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는 이학수 전 부회장의 증언에 의하면 김 변호사의 지위는 ‘뇌물 수수의 공범’이 된다”면서 “반면 ‘김석한이 찾아와 삼성 측에서 먼저 자금지원 의사를 밝혔다’는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에 의하면 김석한의 지위는 ‘뇌물 공여의 공범’이 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검찰 논리의 부실성과 부정확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검찰 논리에 의해도 60억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고 김석한 변호사가 받은 것인데, 김석한 변호사는 조사도 안 됐고 증인신문도 못하고 있다”며 “그러면 검찰은 김석한의 지위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검찰이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하자 재판부는 “김석한 변호사가 공범으로 입건돼 있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검찰은 “안 돼 있다”고 대답했다가 잠시 후 “입건돼 있다”고 번복했다.

    “입건 후 처리가 어떻게 됐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라고 답변했고, 재판부는 다시 “체포영장 발부 후 처분 자체가 없는 것이냐”고 묻자 검찰은 “처분은 안 됐다”고 답했다.

    검찰, 입건 여부 묻는 재판부에 "했다, 안했다"

    재판부는 “체포영장에 기록된 범죄사실이 뇌물을 공여한 공범이냐, 뇌물을 수수한 공범이냐”며 “검찰이 대통령을 기소하는 당일 김석한 변호사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미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고 언론에 나왔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검찰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대형 로펌 에이킨검프와 계약을 체결하고 에이킨검프 계좌로 송금된 돈이 어떻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뇌물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갔다. 이는 항소심 초반부터 재판부가 검찰에 답변을 요구한 질문이다. 검찰이 제3자 뇌물이 아닌 직접뇌물이라는 공소사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이킨검프가 이 전 대통령의 사자 또는 대리인임을 입증하거나, 에이킨검프 계좌가 이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날 공판에서도 여러 가지 정황만을 나열할 뿐 재판부의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 '뇌물 공여' 이학수와 '횡령' 다스 전 경영진 불기소

    한편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한 이학수 전 부회장이나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횡령한 다스 전 경영진도 기소하지 않았다.

    김백준 전 기획관 역시 삼성그룹,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소남 전 의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ABC상사 대표, 지광스님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및 국정원 특활비 수수 등에 대한 혐의가 확인됐지만,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해 원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