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개인회생신청 경력 이상호 원장에 1400억 대출… 금융권 "이례적" 평가
  • 청담 우리들병원이 2012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주간조선>(2월 17일자)과 <선데이저널>(3월 14일자) 등 복수 매체가 불법 의혹을 제기했다. 대출 과정이 석연치 않을뿐더러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출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다. 민간병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이 넘는 거액을 대출을 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로 알려져 있다.

    <주간조선> 등에 따르면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은 2012년 3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한 달 만에 이를 취하했다. 당시 이 회장과 우리들병원은 은행권에 1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었고, 이 회장은 대출을 통해 빚을 상환하기 위해 여러 시중 은행과 접촉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 ‘회생신청 경력’ 있는데 대규모 대출… 왜?

    그러던 이 회장에게 대출을 해준 곳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이 회장 부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의 고급레스토랑 사업에 이 회장이 연대보증인으로 이름 올린 것에서 빠질 것’ 등을 대출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조선>은 “김수경 회장이 하던 고급레스토랑 사업은 김수경 회장 지인 A씨가 청담동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이상호 회장 부부가 연대보증을 서서 진행됐다"면서 "총 259억 원의 대출이 시중은행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산업은행 대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연대보증인에서 빠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이 건에 대해 해당 시중은행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주간조선>은 “당시 이상호 회장이 연대보증인에서 빠지기 위해서는 A씨의 동의가 필요했다. 해당 시중은행 측은 당시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던 이 회장의 채무를 정리하기 위해선 이 회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고, A씨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시중은행은 A씨와 이 회장 사이에서 연대보증관련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문서를 위조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 결과 이 회장은 A씨와의 연대보증 계약을 해지하면서 산업은행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 불과 몇 개월 뒤인 2012년 9월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에서 각각 1100억 원과 300억 원 등 총 1400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회장 개인 명의로도 추가대출이 이뤄졌다. 산업은행 측은 우리들병원의 장래매출채권과 우리들병원 청담동 토지와 건물 등을 담보로 잡고 여기에 이 회장 개인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대출을 실행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해당 시중은행 측을 고소, 관계자들이 기소돼 재판이 벌어졌다. 공판에는 이‧김 회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A씨는 검찰 수사 등에서 해당 시중은행이 이상호 회장의 연대보증 지위를 해제시키기 위해 먼저 이 회장에게 해당 계획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자신의 서명까지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해당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사문서위조와 사금융알선 등으로 고소한 사건은 결국 2017년 법원에서 사금융알선 등만 유죄로 인정이 됐다. 반면 해당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이 회장을 연대보증인에서 빼기 위해 문서 등을 위조한 것은 무죄 선고가 났다. 그런데 이후 A씨 측 변호인이 당시 법원에 이 시중은행 측이 제출한 문서들이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재수사에 들어갔다. 현행법상 새로 제출된 증거에 의한 사문서위조 사건은 별건으로 분류되어 다시 수사가 가능하다. 다만 검찰은 현재 이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李. 현 정권 실세… 靑 민정수석실 보고 정황 

    또 하나 석연치 않은 점은 이 같은 불법 대출 의혹을 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이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도 알려진 현 정권 실세에 가까운 인사다. 또 대출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 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요직에 등용되기도 했다.  

    또한 문제가 된 대출 과정에 연루된 이 회장의 전처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역시 대표적 친문(親文) 인사다. 2017년 초 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두 번째 저서 ‘문재인의 운명’의 감수를 맡을 정도다. <주간조선>은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김 회장과 관련된 구설, A씨와 해당 시중은행 간 소송 등 건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에게까지 보고됐을 것으로 <주간조선> 등은 내다봤다.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담당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보고받았던 민정비서관실의 직원은 경찰 소속이었는데 지난해 8월 인사에서 경찰청 핵심 보직으로 영전했다. 그는 산업은행 대출건 및 A씨 관련 사건을 계속해서 체크해 왔다”는 게 <주간조선>의 보도 내용이다. 

    특히 <선데이저널>은 A씨와 해당 시중은행 소송 건에 개입한 친문 인사로 양정철 전 비서관을 특정하며 “양 전 비서관은 김수경 회장의 심복처럼 움직였던 인물이다. 즉 김 회장의 지인이 피해를 보자 양 전 비서관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前 산은 관계자들 “상식적 대출로 안 보여”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2012년 9월에 대출 승인이 났고, 대출안전성을 위해서 부동산 신탁을 했고, 이상호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다”며 “이 회장 개인의 대출도 있는데, 금액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또 <주간조선>에 “개인으로 치면 좀 많은 금액인 거 같은데 전혀 크지 않은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들병원 측 역시 “대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오히려 산업은행이 너무 높은 금리를 제시해서 우리가 피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며 “대출 상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업은행 측에 금리인하를 요청했다”고 <주간조선>에 밝혔다. 

    하지만 <주간조선>은 ‘이 회장 개인이 회생신청 경력이 있는 상황에서 거액 대출을 위한 연대보증이 가능했던 이유’ ‘담보가치 (우리들병원 부동산감정가액 973억원)보다 대출액수가 훨씬 큰 점’ 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남겼다. 그러면서 “상식적 대출로 보이지 않는다”는 복수의 전(前) 산업은행 관계자들의 의견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