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를 3.1운동과 연계시켜 정당성 강화… '1919년 건국설' 굳히려는 의도도"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3·1독립선언서 낭독 및 만세 재현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3·1독립선언서 낭독 및 만세 재현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3·1운동 100주년을 ‘정략화’하는 모양새다. 3·1운동에 대한 잦은 정치적 언급과 연달아 계획된 행사가 그 방증이다. 급기야 주요 인사들은 3·1운동을 ‘촛불혁명’과 동일시하고 나섰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 정부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의 3.1운동 드라이브는 지난 25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이날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단체로 국회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운동을 재현한 것이다. 이해찬 당대표는 이 자리에서 “3.1운동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국가 체제의 전환을 이룬 대혁명”이라며 “3·1운동 기폭제가 된 신한청년당은 20대 운동가가 주축이었다. 이후 4.19 혁명, 부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촛불 혁명으로 이어져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번 주는 지난 100년 역사를 돌아보고 평화와 번영의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이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인사들은 26일 한국독립유공자협회를 방문해 독립유공자 처우 개선을 논의, 27일에는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관람했다. 오는 28일에는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토론회에 참석한다. 지도부가 나서 3.1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3.1운동 100주년을 집중 조명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촛불 형상화 ‘3.1운동’ 배지까지 착용

    특히 정부‧여당 인사들은 촛불을 형상화한 ‘3.1운동’ 배지까지 제작, 착용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에서 제작한 배지다. 숫자 ‘100’을 바탕으로 ‘1’ 상단에는 불꽃 형상이, ‘00’ 위에는 태극문양 두 개가 그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 대표 등 여당 인사들이 최근 이 배지를 달고 공식석상에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여당에서는 3.1운동을 ‘3.1혁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1일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3·1운동은 대한제국에서 민주공화제로 바뀐 큰 가치의 전환이자 국가 기본의 전환”이라며 “한반도 모든 곳의 국민이 만세운동을 벌였기 때문에 ‘혁명’으로의 정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포착됐다. 조국 민정수석은 24일 페이스북에 “3.1운동은 100년 전 선조들이 벌였던 ‘촛불혁명’이었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은 지금도 살아 있다”며 “이 정신을 훼손하는 세력은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조 수석은 앞서 ‘SNS 정치’로 수차례 입방아에 오른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컸다. 

    "비폭력 3.1운동을 촛불집회와 연결시키려는 전략"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태동이었던 ‘촛불집회’를 3.1운동과 연계, 정부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독립운동의 ‘항거정신’을 현 정부의 ‘적폐청산’과 접목시켜 정책 추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항일’ ‘반일’ 감정을 내세워 남북 화해 국면에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추이를 보면 남북 평화 무드가 조성될수록 한일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 3.1절을 앞두고 한일 관계는 더욱 극단으로 치달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3.1운동은 태극기를 들고 전국에서 일어난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이 관계자는 “독립운동이 기본적으로 ‘항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당시 청년들의 ‘비폭력 평화 운동’이었다"며 "이를 ‘항일’만 부각시켜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높이고 남북 평화 공감대 형성의 요소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3.1절 100주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건국절 지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정부‧여당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오는 4월 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데 이어, 3.1절 100주년을 정략화하는 것이 ‘건국절 논란’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는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수립일 건국론’을, 보수 진영에서는 ‘1948년 8월 15일 건국론’을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워온 바 있다.  

    ‘1919년 건국설' 정당화 하려는 의도도

    실제로 이 대표가 “1948년 건국절은 역사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건국 100주년인 (올해) 4월 11일을 임시 공휴일로 하려고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야권에서는 “정부‧여당이 3.1운동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반발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25일 성명을 통해 “3.1운동은 대한민국의 길을 연 전국민적 저항이었고, 그 대상은 불법적으로 나라를 침탈해 폭압적인 무단통치를 자행하던 일제였다”며 “독립이란 말조차 못 꺼내던 시대에 무자비한 폭력 앞에 죽음마저 감수하고 벌인 전국적 만세 독립운동을, 법률의 틀에 따라 이뤄진 오늘날의 촛불집회와 동일선상에 놓은 것은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3.1운동을 비롯한 역사적 사실의 시대정신을 특정 정권이 독점하겠다는 식의 태도야말로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독단‧일방적인 국정운영도 모자라 판결 불복, 법원 협박까지 자행하며 3.1운동의 공화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누군지 국민은 똑똑히 보았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