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 정진석 위원장 "이념 때문에 정권이 국민 죽여"
  • ▲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임하다 생각에 잠긴 모습.ⓒ정상윤 기자
    ▲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임하다 생각에 잠긴 모습.ⓒ정상윤 기자

    "주민들 생존 개무시하면서 '사람이 먼저'라니... 때려부순다는 발상이 엽기적이고 섬뜩하다. 공산주의에서도 이런 의사 결정은 안할 것, 국가기간시설 파괴하는 범죄 행위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진석 의원(59·충남 공주시 부여군청양군)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는 강경한 어투로 대화를 나누다가도 돌연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주한 정 의원은 인터뷰 내내 연신 자료를 꺼내들고 직접 읽어줬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돌연 해체를 추진하고 나선 '공주보(洑)', 해당 보는 정 의원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충남 공주시에 위치해있다. 정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뉴데일리>가 25일 정진석 의원을 만났다. 새롭게 출범한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 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은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수질이 더 좋아졌다는 논문은 외면한 채, 결과를 정해놓고 짜맞춘 듯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단순 정치보복을 넘어서 국가시설 파괴 범죄"라며 "내 정치생명을 걸고 공주보 폐쇄를 막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치보복을 넘어선 국가시설 파괴 범죄"

    앞서 22일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금강·영산강 5개보 중 3개보(세종보·죽산보·공주보)를 해체하고 2개보(백제보·승촌보)는 해체하지 않고 상시 개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과 동시에 4대강 사업 감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 1년 9개월 만에 '보 폐쇄' 결론이 난 것이다.

    문제는 환경부 공무원 7명과 민간위원 8명으로 구성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공정성 여부다. △공무원은 정부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민간위원 8명 중 5명이 당초 4대강을 공공연하게 반대해왔던 인사라는 사실 △위원회가 내세운 수질·생태 개선 등의 편익이 수치화되기 어려운 항목이라는 점 △보를 유지할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 등은 배제한 사실 등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생명이 달린 문제... 공산국가에서도 이렇게는 안할 것"

    정진석 의원은 "답을 결정 지어놓고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탈원전 공론화 당시와 샴쌍둥이처럼 닮아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실제 지역에서 농사짓는 농민들, 주민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물이다 물. 물은 이념과 정쟁을 떠나 생명의 문제인데 공산주의에서도 이런 식의 의사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정부는 공주보 상부 교량인 공도교가 지역 주민들의 다리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 상부 교량은 남기고 나머지 구조물은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밑은 폐쇄하고 위만 쓴다니, 어떤 사고가 날 줄 알고 그런 식으로 쓴단 말이냐. 불안해서 어떻게 쓰냐. 안전 우려 때문에라도 안된다"고 했다.


  • ▲ 2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참석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정 의원은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정상윤 기자
    ▲ 2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참석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정 의원은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정상윤 기자

    "충청도는 만만하니까 찌르겠다는 건가?"

    4대강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을 정비해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2008년 첫 삽을 떠 2013년 총 16개 보가 완공됐다. 16개 중 11개 보는 한강-낙동강 인근에 몰려있다. 그런데도 금강-영산강에 위치한 공주보 등이 첫 타겟이 된 이유가 뭘까. 해당 질문에 정 의원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더니 "들려줄 게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의 휴대폰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번에 발표한 것은 금강, 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한 것이고요...한강 낙동강은 아시다시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많았기 때문에 실제로 수문을 개방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 않겠나 하는 게 대부분 위원으로 참여하신 분들의 생각..." 

    해당 음성은 4대강 조사위원 중 한명인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22일 저녁 YTN 라디오에 출연해 앵커와 대담을 나눈 내용 중 일부다. 정진석 의원은 "기가 차는 답변이다. 개그 아니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정 의원은 "한강-낙동강은 반발이 많아서 조사를 못한다는 건데, 그럼 충청도는 만만하니까 찌르는건가. 기껏 조사에 협조했더니 돌아오는게 이거냐. 주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고 비판했다.

    "지역 4선했다. 4대강 전후 누구보다 잘 안다"

    4선 정진석 의원의 이력에는 청와대 정무수석 경력이 한 줄 들어있다. 2010~2011년 경 4대강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다. 정 의원은 "누구보다 4대강 전후 사정을 잘 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금강 물이 일반 개천처럼 말라서, 썩고 엉망이었다. 물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4대강 이후로 금강은 이념-정당을 떠나 정말 지역 주민들에겐 선물이 됐다"고 강조했다.

    "4대강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 등 2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간단하다. 가뭄이 들 때는 물을 가두고, 홍수가 발생할 땐 물을 풀어서 강 수위를 조절하는 거다. 동시에 공주보는 현재 예당저수지에 농업용수를 보급하고, 보령댐에 식수를 대고 있다.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던 수재의연금 모금 방송도 4대강 사업 이후로 사라졌다. 4대강에 반대하던 사람들조차도 이제는 역으로 보 폐쇄를 반대하고 있다"

    정 의원의 설명처럼 4대강에 반대했던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4대강에 옹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전 충남지사다. 2016년 충남 지역에 100년 만의 가뭄이 찾아왔다.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는 "금강 공주보~예당저수지를 잇는 도수로 공사를 착공해달라"고 정부에 요청, 승인을 받아냈다. 민주당 소속 김정섭 공주 시장도 "보 철거는 지역 농업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호소문을 올였다.

    정진석 의원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 주지 원경 큰스님이라고 계신다. 이 분도 4대강에 그렇게 반대하셨던 분인데 얼마 전에는 '만든 거를 왜 갑자기 부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며 "그 정도로 충남 지역에서 농업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직접적 타격이 간다는 얘기"라고 했다.

    정 의원의 우려는 단순 농업에 그치지 않았다. 보가 폐쇄될 경우 식산업·관광업이 줄줄이 무너질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공주시 공산성 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며 "물이 넘실넘실 차있는 금강이 아니라 물이 빠져 바닥이 훤히 드러난 강이 되면, 유산도시의 가치도 훼손되고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우려했다.

     "시에는 치명타다. 누가 물빠진 수변공원에 찾아오겠나. 음식점, 숙박업, 심지어 수변지역 부동산 가격까지 떨어질 것이다."


  • ▲ 정진석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 위원장.ⓒ정상윤 기자
    ▲ 정진석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 위원장.ⓒ정상윤 기자

    경제성 평가라는 환경부..."대한민국 물·돈이 남아도나"

    공주, 세종, 죽산보의 건설 비용은 1800억원 상당이다. 해체 비용은 건설 비용의 80%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11월 출범해 약 3개월 가량 활동한 4대강 조사위는 금강-영산강 5개 보 폐쇄 검토를 두고 '경제성 평가'라고 자평하고 있다. 정 의원은 "대한민국의 물과 돈이 남아도냐"고 반문했다.

    정진석 의원은 "보가 유지될 때의 전제를 아예 빼버린 이번 평가가 경제성 평가라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생태계 문제에도 동의한다"면서 "어쨌든 '경제성 평가'라는 것은 얼마든 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평가는 각종 지표가 필요한데 이는 적어도 10년 간의 조사가 필요한 작업"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은지 7년 된 홍수·가뭄 방지 시설에 경제성 평가를 현 시점에서 내리는 것, 그 조사 과정이 3개월에 남짓했다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그는 "급작스럽게 4대강 사업이 이뤄졌다고 비판하던 자들이, 갑자기 몇달만에 이를 때려부수고 물부족 국가에서 물을 다 흘려버린다는데, 이번에 정말 이념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다시 정신무장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내 평생에 이런 정권 처음 본다"

    '엽기적' '섬뜩'. 이번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수차례 사용한 단어다. 정 의원은 "내가 정치부 기자 생활을 거쳐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유일한 현역의원이다. 3김 시대부터 이제까지 모든 정권을 각 위치에서 다 지켜봤다. 그런데 내 평생에 이런 정권은 처음 본다"고 잘라 말했다. 

    88올림픽대로(구 88도로), 경부고속도로 등이 모두 정쟁의 대상이 됐던 시설이지만, 이번처럼 '이미 지어서 쓰는 것'을 도로 해체시킨 것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나는 녹조라떼 역시 광우병 뇌송송 구멍탁이랑 똑같은 구조의 괴담이라고 본다...이 정부가 네이밍을 얼마나 잘 하는 줄 아시나. 이번 4대강 해체도 처음에는 '재자연화'였다. 근데 최근 '자연성 회복'이라는 말로 은근슬쩍 바꿨다. 재자연화하자는 건 4대강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건데 부작용과 단점이 너무 많다. 그러니 '자연성 회복'이라는 감성적이고 듣기좋은 말로 은근슬쩍 말을 바꾼 거다."

    정 의원은 "전세계 어딜가나 문명국은 강을 끼고 발달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도 '자연을 그대로 두면 산은 산사태가 나고 강은 말라썩는다'는 말을 하셨다. 보를 해체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에 대한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해줄 것 같나. 절대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오는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번 4대강 해체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정 의원은 "당연히 4대강 조사위와 같은 결론이 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진짜 과학자, 지식인들이 이번 사태에 용기를 내고 정부와 사회에 직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물 전쟁'을 선포,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환경부 결정에 대한 행정 소송도 불사할 방침을 내비쳤다.

    정 의원은 "끝으로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는 질문에 할말을 정리하는 듯 잠시 생각하더니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은 이제 거둬주길 바란다"고 짤막히 답했다. 그는 "주민들이 죽는다고 아우성인데 무슨 사람이 먼저라고 하느냐"면서 "이번 사태로 충남 213만명 중 100만명이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진짜 해체해야 할 곳은 공주보·백제보 등 4대강 보가 아니라 국가를 파괴하고 있는 청와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 ▲ 정진석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 위원장.ⓒ정상윤 기자
    ▲ 정진석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 위원장.ⓒ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