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 반도체’의 첨단제품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 스마트폰부터 레이저포에까지 사용
  • ▲ 스마트폰용으로 제작한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 ⓒ아칸 반도체 홍보 사진 캡쳐
    ▲ 스마트폰용으로 제작한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 ⓒ아칸 반도체 홍보 사진 캡쳐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전방위 제재를 당하는 중국의 ‘화웨이’가 ‘기술도둑질’ 혐의로 또 곤경에 빠졌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1월28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화웨이 연구소를 급습,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FBI는 화웨이가 미국의 벤처기업이 개발한 최신기술을 빼내려 했는지를 집중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화웨이가 훔치려 했던 기술은 ‘아칸 반도체’가 2016년 공개한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Miraj Diamond Glass)’다.

    FBI의 화웨이 연구소 압수수색사건 전말

    이 기술을 개발한 아칸 반도체는 삼성전자·애플·화웨이 등 세계 초대형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접촉했다. 아칸 반도체는 자사 제품이 현재 세계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액정용 유리 ‘고릴라 글래스’에 비해 훨씬 가벼우면서 더 튼튼한 물질이어서 시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아칸 반도체는 2017년 4월 화웨이의 요구로 각 면의 길이가 10cm가량인 정육면체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 샘플을 보냈다. 이때 화웨이 측에 “이 기술은 군사용으로 전용(轉用)할 수 있으므로 미국 밖으로 반출해서는 안 되며, 샘플은 60일 이내에 반납해 달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샘플은 비파괴검사만 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화웨이 측은 그러나 샘플을 받은 뒤 두 달이 지나도록 반납하지 않았다. 아칸 반도체가 거듭 샘플 반납을 촉구하자 화웨이는 5개월 만에 샘플을 돌려줬다. 샘플을 돌려받은 아칸 반도체는 경악했다. 웬만한 방법으로는 깨지지 않는 샘플 곳곳에 흠집이 나 있고, 여러 개의 조각이 사라진 상태였다. 아칸테크놀로지는 자체조사 결과 샘플이 중국으로 반출됐다 다시 돌아온 사실도 밝혀냈다.

    화웨이가 기술을 훔치려 했다고 판단한 아칸 반도체는 즉각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FBI가 샘플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100kw급 레이저로 파괴검사를 실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100kw급 레이저는 수십km 밖에서 비행기와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급 레이저다. FBI는 화웨이가 아칸 반도체의 샘플을 무기급 레이저로 훼손한 목적이 기술 탈취라고 보고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 ▲ 공업용 레이저로 다이아몬드를 커팅하는 모습. ⓒ유튜브 다이아몬드 공업 홍보영상 캡쳐.
    ▲ 공업용 레이저로 다이아몬드를 커팅하는 모습. ⓒ유튜브 다이아몬드 공업 홍보영상 캡쳐.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란?

    아칸 반도체가 개발한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더욱 손쉽게 만들어 유리에 얇은 막 형태로 부착한 기술이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흑연에 1500℃ 이상의 고열과 5만5000기압 이상의 고압을 가해 만든다. 아칸테크놀로지는 화학물질을 가열해 탄소 분자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내는 CVD 방식을 사용했다. 이 경우 인공 다이아몬드를 박막형태로 부착할 수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인공이라고는 하나 다이아몬드인 만큼 경도가 높다. 비용 또한 낮출 수 있다. 아칸 반도체는 2017년 말 기준 470억 달러(약 52조7800억원)에 이르는 스마트폰 액정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르겠다는 기대를 가졌다. 아칸 반도체 측은 자사 제품이 현재 세계 스마트폰 액정용 유리를 거의 독점한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에 비해 6배 강하고 10배 단단하며, 일반 유리에 비해 냉각속도가 800배 빠르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군은 다른 측면에서 아칸 반도체의 기술에 주목했다.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는 단순히 경도만 높은 게 아니라 레이저와 같은 고에너지 무기의 반사율 조절이 가능해 레이저 무기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8월 미 육군은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 제조법을 ‘선행기술연구(xTechSearch)’ 계획에 포함시켰다. 버크셔 헤더웨이(회장 워렌 버핏) 산하 <비즈니스 와이어>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아칸 반도체 설립자이자 대표이사 아담 칸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IT 기기의 액정은 물론 레이저 무기용 또는 레이저 무기 방어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칸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는 특성상 레이저에 쉽게 훼손되지 않고 빨리 냉각할 수 있는데, 이를 레이저 발진기 내부 부품으로 사용할 경우 레이저 집진 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또한 레이저에도 견디는 물질 특성에 따라 저출력 레이저를 일시적으로 방어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 ▲ 미해군이 실전배치한 레이저포 시험발사 장면. 몇 킬로미터 떨어진 보트를 폭파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미해군 공개영상 캡쳐.
    ▲ 미해군이 실전배치한 레이저포 시험발사 장면. 몇 킬로미터 떨어진 보트를 폭파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미해군 공개영상 캡쳐.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 진짜 레이저 막을 수 있나?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본 국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기업이 개발한 레이저 방어용 유리기술을 훔치려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만 맞다.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레이저 무기는 거울로 막을 수 있지 않으냐”라거나 “안개나 구름이 끼면 레이저 무기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레이저 무기를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빛’이라고 착각해서 가능한 생각이다.

    사실은 이렇다. 먼저 현재 미국을 필두로 영국·이스라엘·러시아·중국 등이 개발 중인 레이저 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처럼 ‘뿅 뿅’ 하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무기답게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 레이저의 뿌리는 빛이지만, 그 위력은 증폭된 에너지에서 나온다. ‘레이저’라는 단어는 ‘복사유도 방출을 통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그러나 무기로 사용할 정도의 레이저는 우리가 생각하는 빛이 아니라 에너지 덩어리다. 레이저의 출력이 와트(w)급만 돼도 몇백m 밖에 있는 사람을 실명케 할 수 있고, 가연성 소재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무기로 사용하는 레이저는 이보다 몇만 배 강한 30~100kw급이다. 이 정도면 거울은 레이저를 반사하지 못하고 부서진다.

    99.999% 이상 빛을 반사할 수 있는 거울은 레이지 집진기에나 쓰인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거울의 반사율은 여기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에너지가 유리에 집중되면서 거울은 파괴된다. 업체 측 설명에 따르면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래스’도 정면으로 공격하는 고출력 레이저를 방어하는 용도가 아니라 레이저 증폭기 내부 부품으로 사용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레이저 무기를 방어할 방법은 없는 걸까. 아직은 개념연구 중이지만 브리티시 에어로 스페이스(BAE)에서 생각한 방법이 있다. ‘레이저 활용 대기층 렌즈 체계(LDAL, Laser Developed Atmospheric Lens system)’라고 부른다. LDAL은 레이저 무기로 항공기 주변의 대기층을 가열해 렌즈처럼 만든다. 레이저는 이 ‘공기 렌즈’를 통과하면서 굴절되거나 분산된다. 하지만 이런 방어무기가 현실화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리라는 게 BAE 측의 발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