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로 수출까지 막혀 사용량 증가… 전문가들 "한국 내 오염물질 20% 北서 유입"
  • ▲ 대북 제재 이전 북한의 주력 수출품목였던 석탄ⓒ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북 제재 이전 북한의 주력 수출품목였던 석탄ⓒ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올들어 석탄 소비를 늘리겠다고 선언하면서, 북한을 넘어 한국 등 주변국들의 대기오염까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석탄공업의 발전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 북한은 석탄을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로 간주한다며 “핵개발과 인권침해에 따른 대북제재로 인해 석탄 수출이 금지된 가운데 북한이 국내 석탄 사용을 늘리고 있다”는 탈북자와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KDB산업은행 미래산업연구소가 2017년 12월 펴낸 ‘북한 전력과 신재생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북한은 수력발전으로 60%, 무연탄·갈탄을 쓰는 화력발전으로 40%의 전력을 충당한다. 그러나 수력발전소의 경우 시설이 노후해 효율성이 높지 않으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기술 부족 등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매장량이 풍부한 데다 대북제재로 수출길마저 막힌 석탄을 전력 생산에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2017년 북한의 석탄 생산량은 2166만t으로 남한의 144만t보다 거의 15배 많았다. 

  • ▲ 평양의 화력발전연합기업소ⓒ[사진=연합뉴스]
    ▲ 평양의 화력발전연합기업소ⓒ[사진=연합뉴스]

    석탄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 문제 심각

    북한의 일반 가정에서 취사와 난방을 위해 석탄을 핵심 연료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치명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경고했다.

    통신은 그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7 세계보건통계’ 보고서를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북한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2명이고,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24명, 중국은 161명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수치는 한국의 10배, 심각한 미세먼지문제를 겪는 중국보다 1.5배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의 평양주재 기자들은 지난해 “일부 공장 굴뚝에서 매연이 관찰됐고, 평양 일부가 스모그로 뒤덮였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2017년에도 북한 관영 방송이 심각한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송을 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며 북한의 대기오염 실태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렸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의 대기오염이 이처럼 심각해진 이유를 엿볼 수 있는 근거로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북한의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를 들었다. 보고서에는 “제한된 인프라 자본투자, 효율적인 배출가스 저감기술에 대한 접근 제한, 저효율 화력발전소에 대한 의존이 북한의 도시와 산업지역의 대기 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 대기오염 정책 수립에 북한 데이터 필수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석탄 사용 확대가 한국 등 역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들 전문가는 한국내 오염물질 중 20%가 북한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한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고품질 석탄을 사용하면 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들기는 한다”면서도 “북한의 공장들은 충분한 여과장치 설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석탄 사용량이 늘어나면 이산화탄소·이산화황·산화질소 배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3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노후화된 화력발전소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술력과 자금의 한계로 인해 대기의 질을 상세히 모니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부재로 북한 당국의 석탄 사용과 관련된 계획이 환경과 대기 질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보도했다.

    북한 오염물질의 영향을 연구한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 대기오염 정책을 수립하려면 북한의 정확한 데이터가 필수”라면서 “북한 대기의 질 관련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남북 정상이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황폐화한 북한의 산림 복구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재현 산림청장은 “산림이 잘 조성되면 북한에서 넘어오는 일부 대기오염물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북한의 핵위협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더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고 지적해 북한과 관계에서 핵무기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문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