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센터 주인은 누구인가' 근원 바로잡기…동시대 화두 담은 연극 6편 공개
  • 지난해 서울예술대학이 그동안 서울시에 임대했던 남산예술센터(드라마센터)의 임대계약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극계에서는 공공극장으로서의 위상이 사라질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1962년 개관한 드라마센터는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 소유로 건축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이다. 미국 록펠러재단의 지원과 국가로부터 불허 받은 토지를 토대로 서울예대 설립자 동랑 유치진(1905~1974)의 사재가 투입돼 지어졌다.

    대학 설립 이후 학생들의 실습 무대로 사용되다 2009년부터 서울시가 연간 10억 원에 임대해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에서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위탁 운영하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동시대 문제적 작가·연출가들의 작품을 다수 공연하면서 공공극장으로서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드라마센터의 소유주인 서울예대는 지난해 1월 서울시에 드라마센터 문화사업계약을 늦어도 오는 6월 끝낼 것을 요청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은 2020년 만료된다. 연극인들은 설립 취지가 공공극장이었던 만큼 사유화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0년 공개된 미국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의 유치진 관련 파일에 따르면 1959년 록펠러재단이 유치진이 설립한 '한국연극연구소'에 4만5000달러를 지원했음이 명시돼 있다. 록펠러재단은 공공적 지원임을 당시의 보고서에서 분명히 밝혀놓았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23일 오후 열린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그 동안 극장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 등 여러 사회문제를 겪으면서 좀 더 논쟁적이고 공격적인 이슈들을 불러왔다. 극장이 안팎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가 많은데 올해 화두는 '극장을 지켜라'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예대가 갑자기 드라마센터 임대를 철회하려는 시도는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최근 조직 개편으로 극장의 자율성, 독립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극장의 주인인 관객과 작가, 연출 등 창작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말 서울문화재단 이사회가 독립 본부였던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을 지역문화본부 산하 극장운영팀으로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승인했다. 극장장은 기존의 총괄 운영 및 결정 권한은 없어지고 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작품의 예술감독 보직만 맡게 된다. 이에 연극인들은 극장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처음에는 공공극장으로서의 역할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관련된 절차를 밟아서 독립된 조직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연극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3월부터 1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 6편을 공개했다. 2019년 시즌은 대규모 사회적 참사에 주목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연극적 방식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주요 작품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국도' △세월호 참사가 주제인 '명왕성에서' △서민준 작가 원작의 '목적지수' △드라마센터 존폐 위기를 담은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 △2018년 초연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5.18 광주화민주화운동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Human Fuga(휴먼 푸가)' 등이다.

    2019년 시즌의 막을 올리는 '7번국도'(연출 구자혜, 4월 17~28일)는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젊은 극작가 배해률이 첫 장막희곡으로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을 연극이 어떻게 직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작 이양구·연출 류주연, 9월 18~29일)는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현재진행형 이슈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역사적 사료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드라마센터의 근본적인 과거사 바로잡기와 동시대 공공극장의 존재 의미에 대해 묻는다.

    '휴먼 푸가'는 (공동창작·연출 배요섭, 11월 6~17일)는 5.18 광주화민주화운동 소재의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푸가'라는 음악적 형식으로 풀어낸다. 극장에 들어서면 도처에 80년 광주를 모티로 설치 작업물이 있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기억, 행동들은 극의 재료로 변주된다.

    한편, 남산예술센터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의 상반기 공연 3편 '7번국도', '명왕성에서', '목적지수'를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이 2월 6일 오후 2시 오픈된다.

    [사진=남산예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