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 지지율로 '21.8%' 민주 2배 이상 따돌려… "야권 재편 가속"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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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미터 홈페이지 화면 캡처

    '우파의 심장' 대구·경북(TK) 지역의 민심 변화가 심상찮다. 이 지역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을 2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며 5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의 TK 지역 지지율은 일주일만에 11.3% 급등했다. 이 지역 바른미래당 인사들의 한국당 복귀까지 가시화되면서, 한국당 중심 우파 야권 개편이 탄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19일 전국 성인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47.3%다. 지난주 해당 지역 지지율이 36%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만에 무려 11.3%p가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전주 대비 4.7%p가 하락한 21.8%다.

    TK·PK, 민주당·바른미래당 고전... 한국당 '활짝'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대구·경북 여야 지지율 스코어를 비교하면, 한국당(47.3%)은 민주당(21.8%)을 2배 이상 격차를 내며 앞질렀다.

    한국당의 TK 선전에는 민주당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의 고전도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은 대구·경북에서 전주 대비 2.6%p가 하락한 3.7% 지지를 받았다.

    TK에 이어 PK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유한국당은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전주 대비 1.7%p가 오른 34.5%의 지지율을 얻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TK뿐 아니라 PK에서도 한국당에게 상당 수의 지지율을 빼았겼다. 민주당은 PK에서 지난주 대비 4.3%p가 떨어진 27.8%를, 바른미래당은 지난주 대비 2.1%p가 하락한 3.6%를 기록했다.

    '낙동강 방어선' 시작으로 지지율 회복하나

    대구·경북은 최근 자유한국당에겐 충격을 가져다줬던 지역이다. 이른바 '낙동강 방어선', 전국에서 가장 굳건한 우파 정당 지지 기반이었지만 탄핵 사태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인사들의 탈당으로 그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북 구미는 민주당 소속 시장을 탄생시켰다. 또 지난 9월 기준으로 한국당의 TK 지지율은 30%를 겨우 웃돌았다. 같은 시기 32% 선의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보다도 밑도는 수치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적폐청산 부작용 △안전 사고 급증 △친북 정책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 공방 등이 줄줄이 떠오르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동시 하락, 역으로 한국당의 지지율이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TK를 중심으로 한 한국당 지지율 상승세가 도드라지자 TK 탈당파, 전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인사들의 한국당 복당 러쉬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한국당 대구시당에서는 류성걸 전 바른미래당 대구시당위원장과 김경동 전 수성갑 당협위원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 탈당 및 한국당 입당을 선언했다.

  • ▲ 21일 오후 대구의 한 호텔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뉴데일리 이지연 기자
    ▲ 21일 오후 대구의 한 호텔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뉴데일리 이지연 기자

    김병준, 21일 대구 찾아 스킨쉽... "아직은 반사이익 단계" 목소리도

    이번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경북 구미시갑에 지역구를 둔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2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역구 현장에서 400~500명 씩을 한번에 만나보면, 이분들은 경제가 안돌아가서 '억' 소리를 낸다"며 "구미는 공단이라 중소기업이 많은데, 정말 지금 현장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백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당연한 결과다. 정말 현장에 가보면 자영업자와 기업가들이 죽는다는 소리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아직은 반사이익 단계로 지나친 방심은 금물"이라는 내부 관측도 있다. 경남 진주시갑에 지역구를 둔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여론조사 수치 이전에도 지역구에서 그런 체감은 많이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현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단계로 보인다. 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는 평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보였던 TK·PK의 한국당 지지 기반 이탈 가속화 현상을 두고서는 "지방선거는 한국당에 대한 실망도가 높은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졌다"며 "일반적인 지역 민심의 전부가 반영됐다고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역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대구를 찾았다.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은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구경북민이 묻고 김병준이 답하다'는 기치의 토크콘서트에서 TK 시민들과의 소통에 앞장섰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시의회 배지숙 의장 등 한국당 소속 시의원을 비롯한 당 관계자 및 시민 등 약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정당은 역사를 제대로 읽고 비전을 정립하고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은 공허할 뿐"이라고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 8월부터 9월, 10월 각각 대구·경북을 찾았다. 21일 대구 방문은, 취임 후 네 번째 방문이다. 당내 혁신·우파 통합 등의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 특정 지역을 네 번이나 찾는 것은 전통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 민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추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