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페북' 1주만에 팔로워 900명… 통쾌 풍자, 날선 비판으로 '꼰대 전대협'에 맞짱
  • ⓒ페이스북 '전대협' 페이지 화면 캡처
    ▲ ⓒ페이스북 '전대협' 페이지 화면 캡처

    전대협이 부활했다. 1980년대 대학가를 휩쓸고, 요즘은 정권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좌파 학생운동단체의 상징 전대협―. 새로운 모습으로 SNS에 등장한 전대협은, 그러나 그 전대협이 아니다. 12월 6일 생긴지 일주일 된 페이스북 페이지 '전대협'은, 기상천외한 풍자로 과거 전대협의 과거와 현재를 신랄하게 찌르고, 조롱한다. 이름만 전대협일 뿐, 포스팅과 링크는 강렬한 반(反) 전대협 '우파 노선'을 표방한다.  

    13일 '전대협'은 '80년대 전대협'의 과도한 득세를 꼬집는 기사를 링크했다. 뉴데일리의 <월권, 탈선, 음주...어물전 망신은 전대협?> 기사다. "정부 요직을 꿰차고 있는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이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으로부터 거세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포스팅 내용은 엇나간다. 

    "불경스럽게도 반동 언론놈들이 자랑스런 우리 전대협 선배들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작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묘책으로 자영업자의 더러운 이윤추구행위를 단숨에 박살내고, 한반도 전체가 장군님 품에 안겨 탁월한 영도하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도록 남측 모든 방어선을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우리 전대협 선배들..."

    "남측 인민들은 우리 전대협에게 삼보일배를 해도 모자랄 판에 KTX 열차 탈선같은 지극히 사소한 일로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보려는 적폐언론의 망동을 보고 있자니 손발이 떨리고 눈물이 흐른다. 모두 전대협의 사회주의 혁명에 동참해 미제를 몰아내고 기업가·지식인 계층의 숨통을 단칼에 끊어내자."

    절묘한 반어법 앞에서, SNS를 찾은 이들은 어리둥절하다 자지러지고, 자지러면서 지금은 권력의 정점에 선 '80년대 전대협'에 대해 날 선 비판의식을 갖게 된다. 

    '좌파 운동권'에 대한 매섭고 유쾌한 풍자

    페이스북을 주도하는 이들의 경쾌한 정치의식에 반응하는 댓글들도 명랑하다. 약속이나 한듯 북한식 용어를 들고 나온다. 

    "종간나들, 사람도 한 명도 안 죽은 KTX 사고를 침소봉대하고...", "우익 반동분자들의 주둥이를 혁명적으로 아물게 해주갔어", "강철의 구국대오를 다시 결성해 사회주의 락원 이룩하자", "가열차게 전진하자"... 

    페이스북 '전대협' 페이지 생성일은 12월 6일. 일주일 남짓 밖에 안됐지만, 활동과 호응은 왕성하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보수 우파들의 목소리에 식상했던 젊은 우파들의 온라인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전대협'이란 이름을 다시 불러와야 했을까. 전대협은 1987년 6월 항쟁 후 '평화통일·민중연대' 등의 기치를 내걸고 활동한 학생운동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약칭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페북 '전대협' 측의 관계자에게 직접 물었다. 1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전대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은, 운동권 전대협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쓰면서 전대협 출신의 과거 이력과 현재 활동 등을 풍자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마디로 '컨셉트'란 얘기다. 

    앞서 10일 이들은 "대한민국 100개 대학에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가 붙었다"며 "많은 공유와 추천을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자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경제왕·기부왕' 등으로 지칭하며 그를 찬양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나라도 기부하는 통 큰 기부왕"… '文 풍자' 대유행> 

  •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가 대학가에 붙여져있는 모습.ⓒ페이스북 '전대협' 페이지 화면 캡처
    ▲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가 대학가에 붙여져있는 모습.ⓒ페이스북 '전대협' 페이지 화면 캡처

    현 정권 장악한 운동권 '전대협'에 대한 질타 담아

    전대협 페이지의 글들은, 게시물·공유·댓글을 막론하고 현 정권의 중요한 정치세력에 대한 풍자와 비판으로서 압권이다. 반어법은 절묘하고, 짧은 글에 담긴 메시지는 예리하다. 

    •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인데 사회주의 혁명을 이룩하면 모든 청년들에게 무상 남편·무상 마누라가 배급될 것입니다."
    • "김정은 장군님이 남측에 오십니다. 이를 두고 삼대세습이니 독재니 하는 불경스럽고 참담한 주장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 "조국의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하다 교도소에 계신 우리 이석기 동지를 위해 우리도 구명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반대하는 적폐청년들은 없겠죠?"
    • "단국대에 가보니 나이키 운동화를 신거나 아이폰을 쓰는 학생들이 많이 보이네요. 민족의 반역자들은 밤길 조심하세요."
    • "미제침략야욕을 몰아내고 주체적 통일의 그날이 오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그날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

    이들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뭘까. '전대협'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현 정권 국정 방향과 목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꼬집고 싶었다"고 했다. 학내 대학생들의 올바른 정치 인식을 함양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넘어 적극 참여를 선도한다는 취지다.

    '전대협' 구성의 90%는 대학생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대표적인 조직없이 학생들 및 학내동아리들이 뭉쳐 자발적으로 만든 결사체다. 전대협은 당분간 대자보 및 페이지 운영을 통해 정치·사회·경제·안보와 관련된 메시지를 던지고 청년들과 교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페이지의 팔로우 수는 90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