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친박-잔류파 나경원 지지... 김병준 비대위 힘 빠질듯
  • ▲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의 정용기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의 정용기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 지도부로 나경원 원내대표~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당선됐다. 친박계와 잔류파가 적극적으로 지지한 나경원 지도부가 탄생하면서 당내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선에서 전체 103표 중 과반을 훌쩍 넘긴 63표를 획득해 너끈히 승리를 확정지었다. 상대팀이었던 김학용 원내대표~김종석 정책위의장 후보 팀은 35표를 얻었다.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선택했다고 본다”며 “자유한국당의 지긋지긋한 계파를 없어지고 우리가 하나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문재인 정부가 헌법 가치를 파괴하는 속도가 무섭다. 뭉쳐야 한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부터 꼼꼼히 챙겨 제2의 경제 기적을 만들고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하자”고 강조했다. 

    정용기 신임 정책위의장도 “정말 계파를 끝내고 당을 살리고 조국 자유대한민국을 살리자는 충정밖에 없다”며 “당 운영의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원칙을 잘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한국당의 신흥 세력으로 떠올랐던 비박계에 대한 비토였다는 견해가 중론을 이뤘다. 

    비박계 원내대표 후보였던 김학용 의원과 강석호 의원 사이에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말이 돌면서 비박계가 세력화를 꾀한다는 의심이 퍼졌다. 정치권은 결국 비박계와 복당파가 당내 주류로 올라서려는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친박계과 잔류파가 막판 결집을 이루며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복당파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며 “더이상 당의 얼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비대위 바람 빠지나 

    비박계가 주류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가장 먼저 비대위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병준 비대위에 모든 것을 위임했던 김성태 원내대표와는 다른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비대위에 쏠린 권한이 원내지도부로 넘어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물갈이 대상이 친박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조강특위 위원장은 앞서 친박공천' 과정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인사가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실상 친박·영남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한 친박 의원은 “나경원 의원이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기에, 인적 쇄신이 특정 계파를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당 분열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비대위와 조강특위와는 다른 입장을 낼 가능성도 있다. 

    지도부체제 개편 어떻게? 

    비대위의 지도부체제 개편 논의도 나경원 의원의 입김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의 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단일 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집단지도체제' 신봉자로 알려져, 내년 당대표 선거 룰이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한다. 다만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집단지도체제는 지양해야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표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vs비박 싸움 수면 아래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동안 ‘중도’를 표방하면서 계파청산에 앞장서왔다. 당분간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나 의원은 후보 활동 기간에도  “이번 선거가 계파정치 종식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복당파·잔류파·계파라는 이런 단어들을 모두 금기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4선의 나경원 의원은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지낸 법관 출신의 정치인이다. 2002년 제16대 대선 기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권유로 입당해 정치에 입문했다.당 원내부대표·대변인·최고위원 등 차근차근 원내대표 자격을 갖추기 위한 코스를 밟아왔다. 나경원 의원은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포도모임(포용과 도전)을 이끄는 등 다양한 활동에서 활약하고 있다. 

    보수 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된 나경원 의원은 1963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24회 △부산·인천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판사 △한나라당 최고위원·대변인 △새누리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 조직위원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 △국회 한일의원연맹 부회장·한미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 △19대 후반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자유한국당 정당개혁위원회 위원장 △제17(비례)·18(서울 중구)·19·20대(이상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민주자유당 중앙사무처 공채 1기 출신의 정통 당료 출신이다. 당 사무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이회창 전 대선후보의 보좌역을 맡았다. 대전 대덕구청장을 두 차례 거친 충청권 핵심 재선 의원이다. 

    정용기 의원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고려대 행정대학원 석사 △민선 4·5기 대덕구청장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 △20대 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19대·20대 국회의원 (대전 대덕구)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