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박사, 소설로 예측… "북핵 협상 실패, 전쟁으로 280만명 숨져"
  • ▲ 2016년 9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9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일 국내 언론들은 美CNN이 보도한 기사 하나를 하루 종일 분석했다.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또는 영저동)에 있는 북한군 탄도미사일 기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일부 언론은 “중국과 국경을 접한 양강도에서도 북쪽에 있는 탓에 미국이 공격하지 쉽지 않은 위치”라며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미 양국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이에 대해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는 기지”라며 언론들의 과장 보도를 경계했다.

    CNN이 보도한 내용은 사실 美안보씽크탱크 ‘미들버리 연구소’, 보다 구체적으로는 제프리 루이스 박사가 분석한 것이다.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동아시아 지역 군축전문가로, 특히 핵무기 확산 문제와 첩보 문제 등에 정통한 학자다. 이 루이스 박사가 최근 펴낸 책 한 권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핵 문제에 정통한 학자의 소설

    ‘중앙일보’ 또한 7일 루이스 박사가 펴낸 책을 소개했다.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김민석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장은 이날 루이스 박사의 책 ‘가상 소설: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에 관한 2020 위원회 보고서(A Speculative Novel: The 2020 Commission Report on the North Korean Nuclear Attacks against The United States)’의 내용을 소개했다.

    해당 소설은 온라인 쇼핑 ‘아마존’에서 팔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 대화가 2019년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북한 대 한미일 간 긴장이 계속 고조되다가 북한의 민항기 격추로 전쟁, 그것도 네 개 나라 사이의 핵전쟁이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美北비핵화 협상이 2019년 결렬된 뒤 양측의 갈등과 대립은 갈수록 고조된다. 이런 가운데 2020년 3월 21일 오전 11시 10분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버스 320 기종의 ‘에어부산 411편’이 이륙한다. 여객기에는 몽골의 자매학교로 수학여행을 가는 초등학생 100여 명을 비롯해 228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두 시간 남짓의 비행을 마치고 몽골 울란바토르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에어부산 411편’이 북한 서해안에서 4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바다 위를 날아갈 때 공교롭게도 기상악화를 만나고 통신장비까지 고장 나는 일이 생긴다. 하필이면 이때 북한군은 적의 도발이라고 착각, 교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응답이 없자 요격미사일을 발사한다. 매년 3월 이뤄지는 한미연합훈련 ‘포어 이글’에 참가한 美공군기로 생각한 것이다. ‘에어부산 411편’의 승객은 모두 사망했다. 100명이 넘는 초등학생들이 북한군에 몰살당하자 전 국민이 분노한다.

    북한발 핵전쟁의 시작 ‘에어부산 411 격추'

  • ▲ 북한의 협박이 한창이던 2017년 7월 한국군은 동해안에서 보복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의 협박이 한창이던 2017년 7월 한국군은 동해안에서 보복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은 2020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자 2017년보다 더욱 강하게 북한을 압박한다. 특히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보내 무력시위를 벌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그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터였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스케이드 직소’ 작전 개시를 명령한다. 2019년 12월부터 한반도 상공에는 B-1B 랜서, B-2 스피릿 등 전략 폭격기가 수시로 출동해 휴전선 상공에서 무력시위를 벌인다.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B-2 스텔스 폭격기가 자신의 머리 위를 이미 왔다 간 사실을 한국 언론보도로 알게 된 김정은은 북한군에게 강력 대응을 지시한다. 그러다 ‘부산 에어 411편’이 영공으로 접근하면서 호출에 응하지 않자 이를 ‘B-52H’ 폭격기로 간주해 미사일을 쏜 것이었다. 200명이 넘는 민간인, 그 중에서 100명이 어린이였기에 김정은이 한국 방송에 직접 나와 “미군 폭격기인줄 알았다”고 사과를 한다고 해도 먹히지 않을 터였다. 김정은은 오히려 강수를 둔다. 이날 오후 1시 11분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의 최고 존엄을 위협하는 적의 도발을 짓부셨다”는 성명을 발표해 버린다.

    북한이 한국 민항기를 대공미사일로 격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을 필두로 서방국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소집을 요청한다. 한편 청와대도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하 벙커로 향한다. 비보가 속속 전해진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前대통령의 ‘7시간 논란’을 기억하는 그는 대응책을 두고 참모들과 논의한다. 실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대노(大怒)한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등은 북한과의 전면전까지 각오하고 대북 보복계획을 승인한다. 한국군 미사일 사령부에서 김정은 일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평양 주요 시설을 향해 ‘현무-2’ 탄도미사일 6발을 쏜다.

    한국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김정은은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9개의 기지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54발을 한국과 일본을 향해 발사한다. 서울에는 2발이 떨어졌고 부산, 대구, 도쿄, 요코하마 등도 목표가 됐다. 이 가운데 8발은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괌을 공격했다. 미국 대도시와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마이애미 마라라고 리조트도 목표가 됐다.

    北, 한미일에 54발 핵 발사… 280만 명 사망

  • ▲ 북한의 협박이 한창이던 2017년 7월 한국군은 동해안에서 보복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해 상당수의 北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그러나 100%는 아니었다. 북한 핵폭탄의 위력이 크지 않았다고 해도 사망자는 280만 명, 부상자는 780만 명에 이른다. 한국에 배치돼 있는 ‘사드(THAAD)’로도 막을 수 없는 서울에서 적지 않은 사상자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군 수뇌부는 지하 벙커에 있어 생존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핵공격을 당해 수십만 명의 인명피해를 본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를 일으켜 김정은 정권을 아예 제거해 버린다.

    이상이 주요 줄거리다. 책은 북한과 韓美日간의 핵전쟁이 끝나고 만든 백서 형태여서, 등장 인물들이 회상하는 형식으로 설명한다. 여기에는 가상의 인물 뿐만 아니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경두 국방장관 등 실제 인물도 등장한다.

    루이스 박사가 쓴 소설 내용 가운데 한국인이라면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가 ‘세월호 사고’와 ‘7시간 논란’, 한국 정치권의 소문과 동향, 평가까지 알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허투루 볼 책은 아니었다.

    특히 지난 6월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고 있고, 美백악관에서는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해결하려 2차 정상회담을 가지려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지금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만났을 때도 김정은이 또 거짓 약속을 한다면 그 이후 대화는 없다”는 의미다. 이를 한국 여의도 ‘정치꾼들끼리의 협잡’ 수준으로 풀이했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를 바라보는 김정은의 대응은 한심하다. 마치 김정일이 김영삼 前대통령을 상대할 때를 따라하는 것 같다. 그러나 故김영삼 前대통령은 ‘약소국 지도자’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대국의 최고 사령관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김정은은 “미국인은 자기 나라 국민 한 명만 죽어도 난리를 피우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쉽다”는 김정일의 착각을 물려받은 것처럼 행동한다.

    김민석 소장은 루이스 박사의 이번 책이 ‘미국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고 평했다. 과거 김정일이 떠들어 댄 것처럼 “양키들은 한두 사람만 죽어도 국내에서 난리가 난다”는 주장대로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아예 한반도에서 손을 떼고 말 잘 듣는 일본과 대만만 챙길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이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전에 아예 씨를 말려 버릴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