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배제… 미·북, 미·일 '물밑 접촉' 드러나

앤드루 김, 北 김성혜 판문점 회동…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는 日과 대북정책 직접 논의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2.05 16:42:45
▲ 마이크 폼페이오 美국무장관과 극비방북했을 당시 앤드루 김 CIA KMC 센터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2월 말 은퇴하는 것으로 알려진 앤드루 김 美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KMC) 센터장이 지난 3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한 뒤 4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날 일본에서는 스티븐 비건 美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가나스기 겐지 日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어디에도 문재인 정부가 함께 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앤드루 김 美CIA KMC 센터장이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소식은 지난 3일 이미 보도됐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와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한 美대사관은 물론 ‘자유아시아방송(RFA)’이나 ‘미국의 소리(VOA)’ 방송도 자세한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앤드루 김, 판문점서 북한 김성혜 만나

5일 국내 언론들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앤드루 김 美CIA KMC 센터장 등 미국 협상팀이 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난 사람은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이었으며, 2시간 동안 美北고위급 회담 일정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미국 측은 북한과의 이번 접촉에 대해 우리 정부에 사후 통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앤드루 김 센터장의 판문점 행은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긴급히 성사됐다고 한다. 북측이 급하게 요청한 만큼 미국 정부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협상 대표로 나올 것이라 생각해 앤드루 김 센터장을 보냈는데, 북한에서는 그보다 한참 아래급인 김성혜 실장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앤드루 김 센터장과 김성혜 실장 간의 만남에서는 美北고위급 회담 일정을 포함해 여러 가지 주제들을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명확한 합의점을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이를 전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핵관련 신고와 검증,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커서 2차 美北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한다.

비건 특별대표, 日외무성 국장과 ‘미북회담’ 논의


▲ 지난 10월 29일 방한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난 스티븐 비건 美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그는 과거 대북정책 담당자들과 달리 광폭행보를 보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앤드루 김 센터장이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른 4일, 미국에서는 스티븐 비건 美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가나스기 겐지 日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 국장을 만났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비건 특별대표와 가나스기 국장은 워싱턴에서 대북정책을 심도 있게 조정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NHK에 따르면, 가나스기 국장은 비건 특별대표와 함께 제2차 美北정상회담의 방향을 두고 논의를 했다고 한다. NHK는 “가나스기 국장과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 일본과 미국 간의 긴밀한 협력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더한 삼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재확인하고, 대북정책 조정을 논의하기로 했다”고만 보도했다.

이 방송은 비건 특별대표와 가나스기 국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논의 했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北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일본 정부가 계속 관심을 가진 주제들만 논의했다면 일본 정부가 언론에 그 내용을 알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이후에도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정은을 본 미국은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북한 저승사라’라 불리던 앤드루 김 센터장은 곧 물러나고, 판문점에서 북한과 실무적 협의를 하던 성 김 駐필리핀 대사는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는 비건 특별대표가 채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동맹국인 한국, 상대편인 북한과 보다 매끄럽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계 고위층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가시적 성과보다는 오히려 ‘속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반응이 나오자 한국계 인사들을 배제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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