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항공회의서 평양~인천 직항로 논의… 北 고려항공, 한국 거쳐 안보리 제재 빠져나가
  • ▲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참가하려는 북한선수단이 탄 고려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내리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참가하려는 북한선수단이 탄 고려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내리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는 오전 10시부터 남북 항공실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국방부는 북한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한강 하구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평양-인천 직항로 개설과 이와 관련한 제재 완화를 요구하려는 걸까.

    통일부는 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남북항공실무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측에서는 손명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한 관계부처 실무자 5명이, 북한 측에서는 리영선 민영항공총국 부총국장 등 5명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 남북항공실무회의는 북한의 요청으로 열리는 것이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논의 의제가 미리 정해진 게 아니어서 남북이 서로 관심사를 내놓고 협력 의제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는 인천비행정보구역(FIR,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비행구역)을 통과하는 항로 신설도 포함돼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인천 FIR을 통과하는 신규 항로를 개설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양~인천 항로 열려는 것" 의혹 커져

    이날 국방부는 “북측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을 합의한 뒤 NLL 인근 해역과 한강 하구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서해 비행금지구역 구간을 잘못 표시한 것은 단순 실수”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이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남북이 평양~인천 또는 평양~김포를 잇는 항로를 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평양 순안공항과 인천국제공항 또는 김포국제공항 사이 항로가 열릴 경우 ‘고려 항공’은 한국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北 '고려항공' 실제로는 북한 공군

    한국 정부는 이를 두고 “유엔 안보리나 미국 등의 제재를 위반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지난 2월 김여정 일행이 북한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을 때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유엔과 미국도 이를 확인했다. 유엔은 “회원국은 북한에 항공기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한국이 서해 NLL 상공과 한강 하구, 인천 영종도까지 개방한다고 해도, 북측에 일부 구역의 영공 개방을 그 대가로 요구할 수도 없다. 미국의 대북제재에는 “북한 영공을 통과한 항공기는 그 시점으로부터 6개월 동안 미국에 입항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북한 영공을 통과해봤자 손해만 생긴다.

    한미 군용기는 비행 못하는데 北 공군기는 '훨훨'

    북한 민간항공인 ‘고려항공’은 무늬만 민간일뿐 실제로는 북한 공군 소속이다. 이들이 한국 영공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서해 NLL과 한강 하구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뒤 한미 연합군의 군용기는 이곳을 비행할 수 없는 반면 북한 공군 소속 ‘고려항공’은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