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취준생 10만명에 50만원씩 6개월간 '현금'…'청년구직활동지원금' 2019억 예산 편성
  • ▲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고용노동부 전경.ⓒ뉴데일리DB
    ▲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고용노동부 전경.ⓒ뉴데일리DB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에 이어 중앙 정부가 사상 최초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현금 지급'에 나선다. '청년 구직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됐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매년 공짜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국민 세금으로 청년층의 표를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표퓰리즘'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한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라는 간판으로 바꿔 내년부터 시행한다.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는 14일 <뉴데일리>에 "전국 단위 취업준비생 1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정책으로, 예산 2019억이 편성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하루 전날 '청년수당' 확대지급

    하루 전인 13일 서울시는, 공짜로 나눠주고 있는 '청년수당'의 지원 범위를 기존 '19~29세 취업준비생'에서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19~34세 취업준비생'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확대 사유로 '고용노동부'를 들었다. "고용노동부가 내년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라는 청년수당과 비슷한 정책을 신설했는데, 예산 지급 대상이 '졸업 2년 이내 취업준비생'으로 서울시와 겹쳤다는 것. 이를 피하기 위해 서울시는 '졸업 후 2년이 지난 취업준비생'으로 지원 기준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10만명한테 50만원씩 6개월간 그냥 줘

    내년 시행될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마찬가지로 취업준비생들에게 6개월간 50만원씩 지급한다. 수혜대상을 5000명으로 잡은 서울시와 달리, 10만명으로 대상을 확대한 이유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국내 실업급여 수급 비율 등을 고려해 잡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원금액과 지급 기간은 서울시와 동일하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현황도 고려를 했다"며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취업준비비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략 49만원 선으로 나온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16서 처음 실시한 '청년수당'은 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감한 정책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지자체의 예산·정책 집행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야 할 중앙정부가 실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일한 정책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정권이 바뀜에 따라 180도 달라졌다는 사실에 눈길이 쏠린다.

    서울시 '청년수당'이 처음 시행된 직후 보건복지부는 "대상자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제출한 청년수당 정책안은 미흡하다"면서 "현 상태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무분별한 현금 지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언급하며 수용불가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당시 복지부는 "서울시가 사업을 독단으로 강행한다면 사회보장기본법 상에 나와 있는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에도 위배된다"고 경고했었다.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때 관계 부처와 문제가 없는지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그런데 2018년 고용노동부는 거꾸로 서울시 정책을 뒤따르겠다고 나섰다. '청년구직촉진수당'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취업준비생들에게 월 30만원씩 총 3개월치를 지급한 것이다. 올해 9월까지 지원된 예산은 1090억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부터는 월 50만원씩 총 6개월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예산 규모와 기간을 대폭 확대했다. 중앙정부부처로서는 처음이다. 고용노동부 측은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로 인해 구직활동 지원에 중점을 뒀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놨다.

    인기영합, 포퓰리즘 논란 여전한데...

    청년수당의 논란은 단순 포퓰리즘 지적에 그치지 않는다. 돈의 용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 돈을 실제 직업을 구하는데 썼는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이 수당이 실제 청년들의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통계가 미비하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청년수당 시행 후 아직까지 해당 정책이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도움이 됐다는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먀 "정책이 가진 장단점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앞장서서 지자체와 함께 세금을 남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유예기간 지나면 이중으로 받을 수도

    중앙정부 '청년구직촉진수당'의 수혜자가 지자체의 '청년수당'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지자체는 원론적으로는 중복 수혜를 금지하고 있으나 특정 유예기간이 끝나면 사실상 수혜가 가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청년구직촉진수당 30만원을 3개월간 받았다"는 한 청년은 온라인 까페에 "노동부 수당 수령이 끝난 후 서울시 청년수당을 신청해 선정됐다"고 밝혀 논쟁을 불러왔다. 

    중복수령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정부의 일자리사업 검증시스템인 '일모아 시스템'에서 청년수당 수급자 정보를 올린다"면서 "여기에서 중복 지급 여부를 판단해 이중 수혜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걸러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2019억이 편성된 상태"라며 "하지만 아직 국회 심의가 남아있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 아직은 사업시행계획 단계라 확실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껏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촉진수당'은 내년도부터 공식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