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모 강사, EBSi 역사 강의서 前대통령 사진 띄우고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 조롱
  • ▲ EBSi 강의화면. ⓒ펜앤드마이크 기사 화면 캡처
    ▲ EBSi 강의화면. ⓒ펜앤드마이크 기사 화면 캡처

    공영방송 EBS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교육사이트 EBSi에서, 고교생과 수험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욕설 섞인 조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60만 수험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가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그대로 강의를 내보냈다는 점에서 EBS 책임론도 나온다. 

    6일 펜앤드마이크에 따르면, 한양대 사학과 석사 출신인 권 모 강사는 올해 11월 15일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 파이널 체크포인트-300분의 기적(11~12세기 동아시아사)' 제목의 강의에서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서강 출신, 귀하신 분...", "서강대 전연이(저년이) 귀하당"

    권 강사는 "서강대는 여학생들이 좀 적은데 왜 그런진 잘 모르겠다"며 "물론 서강대에 대단히 유명한 여성은 있다. 바로 그 분이 서강 출신으로 귀하신 분"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과 함께 강의 화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모습이 떴다.

    그러나 진짜 문제가 된 것은, 권 모 강사가 11세기 중국 북송 당시 동아시아 주요 사건들을 외우기 쉽도록 순서대로 나열하는 과정에서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이라는 약자를 강조한 부분이다.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은 △서희와 강동6주 △전연의 맹(1004년) △리 왕조 건국(1009년) △귀주 대첩(1019) △서하 건국(1032) △왕안석의 신법과 당쟁의 발생(11세기 후반) 등 역사적 사실을 연도별로 나열하며 생긴 약어다.

    권 강사는 "11세기 북송 시절 사건을 순서대로 배열할 줄 알아야한다"는 취지로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을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모습을 화면에 띄운 상태로 '전연이(저년이)'로 지칭하며 희화화하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60만 수험생 접근하는 수험사이트인데…

    한국교육방송공사 EBS의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EBSi는 고교생을 포함한 대다수의 수험생이 거쳐가는 공신력 있는 사이트다. 교육격차 해소 및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교육부와 EBS가 함께 개설했다. 한해 평균 수험생이 대략 6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EBS 역시 이번 사건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직 가치관 정립이 완벽히 자리잡지 않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맥락없이 조롱 이미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은 "다른 곳도 아니고 수십만명의 수험생이 시청하는 EBS 수능강의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강사가 어떻게 이런 내용의 강의를 할 수 있나"고 비판하고 있다.

    해당 강의는 지난 9월 17일 EBSi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EBS에는 항의 문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BSi 측은 공식 홈페이지 화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해당 강의 서비스는 중지된 상태다.

  • ▲ ⓒEBSi 홈페이지 화면 캡처
    ▲ ⓒEBSi 홈페이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