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주요 활동사항인 '인권문제 논의'는 빠져… 美는 지난해 유네스코 탈퇴
  • ▲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16일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16일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중인 16일 오후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교육·과학·문화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 순방 중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언급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네스코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다만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빠졌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비무장 지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GP철수와 지뢰 제거 작업을 언급하면서 '그 일원을 자연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한다면 인류의 훌륭한 유산이 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네스코의 교육을 통한 평화 이념과 청년·여성 우선 정책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유네스코가 1954년 한국에 교과서 인쇄공장을 설립해 전후 교육 재건을 지원했다. 저를 비롯한 50·60대는 그 교과서로 공부를 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를 배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분야에서 유네스코가 북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아줄레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모든 노력에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고, "교육·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 주민들 간에 연결 강화,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북한 인권 문제 언급은 없어

    양측은 교육·문화·체육 등 분야에서의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오랜 분단으로 인한 간극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에 인식을 함께 했다. 이에 따라 ▲DMZ 일원의 국제적 자연생태보존지역 지정 ▲남북한의 유·무형 문화자산 보존 및 관리 ▲북한의 교육 등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놀이인 '씨름'을 유네스코에 남북이 공동등재하는 방안과 함께 남북의 언어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겨레말 큰사전' 편찬 작업을 제안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같은 양측의 언급은 유네스코가 문맹퇴치, 초등의무교육의 보급, 난민 교육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통신 설비나 정보시설 지원, 언론인 육성 지원,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지정, 가치 있는 문화유적의 보존 및 보수 지원, 세계 각국의 독자성 있는 전통문화 보존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접점이 있다.

    하지만 이날 유네스코의 다른 주요 활동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합의가 없었다. 유네스코는 설립목표에서 '정의, 법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보편적 존중을 고양하고 교육·과학·문화를 통한 제국민간협력을 촉진하여 평화와 안보에 기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주요활동으로 사회과학분야에서 인권 문제에 관한 연구·분석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이다.

    ◆ 미국은 지난해 유네스코 탈퇴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를 내고 있는 최근 대북 사업 발언과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남북과 유엔사령부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가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등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교류사업에 대해 유엔사가 동의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국무부 역시 우리 정부의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연결사업 착공식에 대해 "남북 간의 관계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며 대북 경협 과속을 경고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10월 유네스코를 탈퇴했고, 올해 6월에는 유엔인권이사회도 탈퇴했다. 미국은 유네스코 탈퇴 이유로 체납 분담금 증가, 조직 개혁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유네스코가 근래 역사 유산과 관련해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더 우호적 입장을 보여온 게 결정적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인권 침해 국가들을 이사국으로 선출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유엔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