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평양의 실질적 의지 보여주길 기다리는 중… 그때까지 대북제재 지속"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산업 협력사업 현장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산업 협력사업 현장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와 G7의 핵심국가인 프랑스의 지지와 협조를 요청한 것이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의 실질적 의지가 선행돼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실질 협력, 한반도 정세, 글로벌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16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마크롱 대통령께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경우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과 생산의 폐기뿐 아니라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 물질 모두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프랑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또 빠른 속도로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십사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그간 비핵화 문제를 미·북간의 문제라고 해온 것에서 벗어나 직접 유럽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은 EU 주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반도에 일어나는 평화를 향한 긍정적 변화들을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 있어 평화적 해결 입장 견지한 EU에 사의를 표하는 데 있다"며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 정책과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가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번 유럽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남이 예상되는 것도 비슷한 성격이 짙다.

    특히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위치에 있는 만큼 상징성이나 영향력이 작지 않다. 현재 유엔의 다른 상임이사국들은 대북제재 완화와 공조 입장이 맞부딪치는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우선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더구나 프랑스는 이란과 미국의 핵 합의가 깨진 문제와 관련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하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란 핵 합의 파기 사례가 북한에 간접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의 개입은 북핵 문제에 영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같은 자리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를 거론, 최근 최종적이고 전적으로 검증된 비핵화(FFVD)를 거론하고 있는 미국보다 견고한 위치에서의 대북제재를 강조했다. 한국-프랑스 공동선언에도 '양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는 원론적인 내용이 담겼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언급한 대북제재에 대한 내용은 공동선언문에 없다.

    이와 관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무엇보다 평양의 구체적인 공약을 기대하고 있다"며 "비핵화 그리고 미사일 계획을 폐지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그때까지는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계속해야 할 것이고, 프랑스는 무엇보다도 전 세계적인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상임이사국으로서 비핵화에 대해서는 CVID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과 북한에서 여전히 비핵화의 방법론을 두고 접점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에도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여전히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존 볼튼 NSC 보좌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외교의 미래는 불확실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외교를) 낙관하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최근 대북 제재 리스트를 수정, 수백 건의 대북제재 대상에 '세컨더리 보이콧 위험'을 명기하기도 했다. 비핵화의 실무를 앞두고 대북제재를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역시 핵 리스트 신고를 미루며 버티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5일 북한 김정은이 지난 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핵 목록'을 신고하길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신 북한 김정은이 경제제재 해제와 6·25전쟁 종전선언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수립된 한-불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교역과 투자를 보다 균형적으로 확대하고,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산업·디지털 장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에 출범한 한·불 신산업 기술협력 포럼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G20 함부르크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차례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