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보안법' 언급 후폭풍… "남녘 동포 힘 합쳐 보수 타파" 北김영남 발언도 논란
  •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10·4선언 11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민관 방북단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6일 오후 돌아왔다. 당초 이날 오전께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7일 통일부에 따르면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방북단 160명은 6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타고 출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후 8시 35분께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부·정당·시민단체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포함된 방북단은 이번 방북 기간동안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 고위급 대표단 협의, 대집단체조 관람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 기간 북한 측의 '보수 타파 운동' 언급,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국보법 폐지' 발언 등은 여전히 정치권에서 논란을 겪고 있다.

    ◇김영남 "남녘 동포 힘 합쳐 보수 타파 운동" 

    방북단은 5일 인민문화궁전에서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를 치른 후 정부 측에선 고위급 대표단 협의, 정치권은 북한 측 정치인과 모임을 가졌다. '보수 타파 운동' 발언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대화 도중 나왔다. 이날 인민문화궁전에서 만난 김영남과 이 대표는 고(故) 문익환 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영남이 "미국에 사시는 (문 목사의 동생) 문동환 선생은 소식 모릅니까"라고 묻자, 이해찬 대표는 "지금 서울에 계시는데 몸이 좀 편찮으시다. 연세가 많으셔서, 김대중 선생이 오실 때도…"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영남은 웃으며 "김대중 선생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서 통일 위업 성취에 남녘 동포도 힘을 합쳐서, 보수 타파 운동에…"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4월 대선 당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일 때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며 '보수 궤멸론'을 주장했었다.

    조명균 장관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은 이날 평양 고려호텔에서 고위급 대표단 협의를 갖고 철도·도로 현대화, 이산가족 상봉 등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앙 등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회의 후 "바로 이행할 건 철도 공동조사의 일정을 다시 잡아 해나가는 문제"라고 나눈 내용의 일부를 전했다. 

    이해찬 대표 등 정치권은 북한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안동춘 부의장 등과 정치인 모임을 갖고 연내 남북 국회회담 추진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6일 열린 합동 만찬에선 "내년 10.4 선언은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초 가능성이 점쳐졌던 방북단과 김정은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평양서 '국보법' 언급한 이해찬… 野 "폐지 속내 드러내"

    특히, 이 대표는 북한 정치인과의 만남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5일 평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화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고, 남북 간 기본법도 논의해야 한다. 법률적으로 재검토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과 면담하며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 ▲ 5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만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5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만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이해찬 대표가 자신의 오랜 정치 신념인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며 "이를 평양에서 표명한 것은 부적절하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 대표에게는 국보법이 눈엣가시일지 모르나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이 실제로 존재하는 한 국보법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이해찬 대표가 북측 정치인들과의 면담에서 정권 교체 '절대 불가' 각오를 드러낸 데 대해 문제 삼았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해찬 대표의 장기 집권의 야망을 여실히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이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낼 표현은 아닐 것"이라며 "독재주의식 발상인 이 발언은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줄 뿐이며 대한민국 주인이 국민임을 망각한 것임을 알고 이해찬 대표는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북단, 중앙식물원 찾아 盧 심은 소나무 관람

    방북단은 마지막 날인 6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4선언 당시 김영남과 기념식수한 소나무가 있는 중앙식물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아버지가 심은 나무를 보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당초 6일 오전 11시경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었던 방북단은 제25호 태풍 콩레이 북상으로 귀환 시간을 늦춰 이날 저녁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평양 방문에는 정부·국회·지방자치단체 대표 등 당국 방북단 30명과 민간 방북단 90여 명, 취재진·지원인원 30여 명 등 160명이 참여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10·4선언에 합의한 이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연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지난달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