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일부 주민들, ‘세계적 지도자들 김정은에 고개 숙였다’ 당국 선전에 동조”
  • ▲ 지난 9월 20일 백두산에 함께 오른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20일 백두산에 함께 오른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때 김정은과 함께 백두산에 오른 것을 두고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선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백두산 동반 등정을 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통일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남한 대통령이 김씨 일가의 우상화를 도와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는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20일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에 올라 손을 맞잡은 사진을 본 일부 주민들은 이제 비로소 통일의 문이 열리게 됐다며 감격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러나 분단 70여 년이 흐르면서 통일에 대해 갖가지 방안들이 수두룩하게 나왔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에도 통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은 매우 높았지만 언제나 사상과 제도의 장벽으로 희망이 무너져 내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일부 북한 주민들 "핵무기 없었다면 이런 일 가능했겠냐"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당국의 선전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이야기였다. 그는 “일부 주민들은 70대의 미국 대통령도, 60대의 한국 대통령도 30대의 젊은 김정은에게 허리를 굽혔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런 주장은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김정은의 탁월한 전략과 위대성을 높이 칭송하고 있다는 당국의 선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남북 수뇌의 백두산 동반 등정은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우리의 통일 염원을 반증해주는 큰 사건”이라면서 “만약 우리에게 핵무력이 없었다면 미국이나 남한이 우리를 이처럼 대접하겠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남한 대통령이 김정은과 함께 백두산에 올라간 행동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에게 품고 있던 불신과 섭섭한 감정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오른 것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의 위상을 한껏 세워줬으며, 주민들에게 경제발전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준 셈이라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통일은 북한 주도의 통일이다.

    소식통들의 이야기는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남북정상의 백두산 등정이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에 정당성을 실어주는 등 사실상 북한 체제 선전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