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원장 출신 3선 의원… "민족 자존심 언급한 대목에서 분노 느껴" 평양회담 비판
  • ▲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박 3일 간의 9월 평양정상회담이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귀국한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9월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가 '불평등 합의'라고 입을 모은다. 우파 야당의 외교·안보 통으로 불리는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민족적 낭만주의에 빠져 대한민국 안보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해 완전히 무뎌졌다"고 개탄했다.

    ◆ 野 외교·국방 통이 본 남북군사합의는 '불평등 합의'

    본지는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접경 지역인 경기 포천·가평 지역에서 3선을 했고, 초선 때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재선 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과 간사, 3선 때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장 등을 지냈다.

    김영우 의원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군사합의를 했는데, 그 내용이 완전히 불평등 합의"라며 "전방 지역에서 육·해·공군이 포격 훈련 및 기동 훈련, 정찰훈련, 사격훈련까지 다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것은 완벽한 무장해제"라며 "대한민국 안보를 평양냉면과 바꿔먹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그만두는 마당에서 완전히 대한민국 안보리를 팔아먹고 가는, 역사의 굉장한 모험을 한 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명기돼 있다.

    합의서에는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비무장 지대안 감시초소 철수,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 "文대통령, 북한 정권 주장해오던 바를 그대로 말해"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5·1 경기장에서 한 모두 발언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민족끼리', '민족자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 정권이 계속해 주장해오던 바를 그대로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태까지 고난 속에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칭송하는 부분과 북한 혁명 노선의 일부인 자주나 주체사상을 연상할 정도의 위험한 언급을 우리 대통령이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북한이 실제로는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고생한 게 아니라 '민족적 자폐주의' 길을 걸으며 스스로 고립한 결과 개혁과 개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북한 주민이 수십 년동안 헐벗고 굶주려 온 게 현실인데도, 동포들의 고통을 '민족적 자존심'으로 칭송하는 문 대통령의 안목과 현실 감각에 대해 솔직히 분노를 느낀다"고도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밤, 5·1 경기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전 모두 발언으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며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 "북한이 말하는 민족자주의 원칙은 결국 남한이 미국과 멀어져야 한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북한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4일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들고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 나갈 것이며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내외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짓부수고 조국 통일의 새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역적패당의 비참한 말로는 외세와의 공조에 매달리다가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 "트럼프, 중간선거 이후엔 모른다…잘못 편승 안 돼"

    김영우 의원은 미북 관계에 대해서도 "미국에 기대려고 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김영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실 굉장히 오락가락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미국의 백악관의 어떤 외교·안보 참모들과 조율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11월 6일 중간선거를 의식해서 김정은에 대해 좋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면서 "그 이후엔 트럼프 대통령도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데 여기에 우리가 잘 못 편승하면 안 된다"고 짚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 이후 북한 김정은에 긍정적인 언급을 연이어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에도 "매우 흥미롭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영우 의원은 "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 간에 풀어야 한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라며 "북핵이 우리의 최대한 안보위협인 만큼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 "北核문제, 실질적 조치 나오기는 굉장히 힘들지 않겠나"

    김영우 의원은 "우리가 이렇게 대북 낭만주의에 매몰돼 있는 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있어 실질적 조치가 나오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아무리 정치인이라지만 정말 통탄할 일"이라며 "철도와 도로를 연내 착공한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이는 대북제재를 하는 국제사회의 공조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 앞으로 국제 사회와의 공조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우려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