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 유해용 前 대법원 연구관 영장 기각
  •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시스
    ▲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시스
    재판연구 보고서 등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해 파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한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검찰수사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부장판사는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유 전 연구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에게 적용된 피의사실 중 범죄 구속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며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문건 등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와 참여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 전 연구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대법원에서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유 전 연구관은 이 기간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수만 건을 모은 후 법원을 퇴직하면서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선 진료한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유 전 연구관은 검찰이 재판거래 관련 수사망을 좁히자 반출한 문건들을 파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파기된 자료들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심판, 강제동원 판결 지연 등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 증거라는 추측이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 향후 검찰수사의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판사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3개월 수사 끝에 의욕적으로 청구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새로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3개월 간 수사 결과물에 추가할 게 있겠냐"고 했다. 이어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는 것도 범죄 소명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