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실수에서 웃음 선사까지… 백두산 등정위해 외투 긴급 공수도
  •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북한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지난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며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북한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지난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며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평양에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한 가운데,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여러가지 해프닝(우발적 사건)이 발생해 ‘해프닝 정상회담’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 2018년 9월 17일=제3차 정상회담 D-1

    해프닝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행 하루 전날인 지난 17일 발생했다. 당초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6일 52명으로 구성된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강원 양양중학교 김규연(16)양이 특별수행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규연양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2차 이산가족 상봉 때 직접 쓴 손편지를 자신의 할아버지를 통해 북한에 살고 있는 큰할아버지 김용수씨에게 전달했다. 이 모습은 이산가족 상봉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김규연양의 방북은 불발됐다.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위치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8월 이산가족 상봉 때 북측 큰할아버지께 손편지를 써서 화제가 된 김규연 학생 방북이 어렵게 됐다. 평양에 있는 선발대가 김규연 학생과 큰할아버지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알렸다. 북한 측에서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방북이 안 되겠다’는 취지를 선발대에 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규연양의 큰할아버지를 왜 만날 수 없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 2018년 9월 18일=제3차 남북정상회담 첫날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첫날에는 다양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대형 해프닝을 꼽자면 단연 이른바 '각 정당 대표 회동' 불발 사건이다. 이는 우리 측 여야 3당 대표(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실수로 발생했다. 당시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은 1시간동안 여야 3당 대표를 기다렸으나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때 북한 측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나. 납득이 안 간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회담 배석자 명단을 몰랐던 청와대다. 청와대는 사전에 조율된 일정에 따라 진행될 회담에 참석하는 북한 측 인사의 명단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우리 측 참석자 명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위치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 배석자는 2~3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히 누가 배석할지는 좀 더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오후 4시 20분쯤 우리 측 배석자(정의용 국가안보실장·서훈 국가정보원장)를, 오후 5시 50분쯤 북한 측 배석자(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를 각각 공개했다.

    이날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네이버 데이터랩’ 참고) 상위권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다른 검색어에 밀린 것도 이색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던 당시 오전 10시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는 ‘호원대학교’와 ‘축구선수 발로텔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남북정당 대표 회동 불발 소식이 알려지던 오후 6시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는 ‘대전동물원’과 ‘이태임 남편’, ‘구하라 카톡’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 2018년 9월 19일=제3차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

    굵직한 해프닝이 발생한 날이다. 북한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기념 식수 표지석에 당초 예정된 방북 일정보다 하루 더 연장된 날짜를 새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북한 측은 기념식수 표지석을 ‘평양 방문을 기념하여 2018. 9. 18 - 21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만 북한 평양에 머물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수 행사 때 이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 표지석 날짜 오기 실수에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체류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노컷뉴스> 기자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이 제작한 표지석에 날짜가 18일부터 21일까지로 적혀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정된 일정이 21일로 합의됐다가 제작을 미리 해 뒀는데 일정이 좀 변경이 된 건지 아니면 21일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는 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이 표지석을 실수로 잘못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날 오전 백화원에서 만나 공개한 ‘9월 평양 공동선언문 길이’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실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공동선언문은 길이가 달랐다. 서명한 위치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고 받은 선언문이 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남북이 사용한 종이 크기에 따른 차이로 발생한 해프닝으로 확인됐다. 우리 측 서명문은 종이 크기가 커서 선언문 분량이 4쪽에 달했고, 북한 측 선언문은 종이 크기가 작아서 선언문 분량이 7쪽에 불과했던 것이라는 게 청와대 해명이다.

    우리 측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의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4·27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교환식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군사 분야 합의서에 각각 서명을 하고 합의서를 교환했고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이때 노광철 무력상은 송영무 장관으로부터 합의서를 거꾸로 받았고, 이를 원래 위치로 바꾸느라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이 모습은 국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깜짝 제안도 존재했다. 18일과 19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전격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백두산 등반 일정이 그렇다. 김정은이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에게 ‘백두산 등반’을 깜짝 제안했음을 청와대가 알렸다. 이 역시 정상회담 관례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장면이다. 

    # 2018년 9월 20일=제3차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

    마지막 날에도 해프닝은 빠지지 않았다. 낯선 북한어 때문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 실수를 한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백두산 등반 일정 관련) 장군봉 정상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길은 삭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삭도는 케이블카를 의미하는 북한말이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백두산 등반 깜짝 일정으로 인해 우리 측은 아웃도어 브랜드인 ‘K2’ 외투를 갑작스럽게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K2코리아에 따르면, 통일부 긴급 요청에 따라 등산재킷과 경량패딩 등 총 500벌을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