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식량 확보차원서 '뙈기밭' 장려... 김정은, 산림 중요성 강조하며 '원상복구'
  • ▲ 뙈기밭에서 농사짓는 북한 주민들. 사실상 이들의 생명줄이다. ⓒ김성일 서울대 교수 제공-뉴데일리 DB.
    ▲ 뙈기밭에서 농사짓는 북한 주민들. 사실상 이들의 생명줄이다. ⓒ김성일 서울대 교수 제공-뉴데일리 DB.
    김정은이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북한 전역에서 나무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묘목도, 나무가 자랄 만한 땅도 부족해 산림복구 사업은 지지부진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산림복구 사업의 주요 부분을 농민들에게 강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당국의 산림복구 정책 때문에 농민들 생활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면서 “산림복구 사업 대부분을 농민들에게 강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농민들은 농사지은 식량 상당 부분을 국가에서 바치고 남은 것으로 1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계층”이라며 “ 때문에 농민들은 식량을 자급하기 위해 뙈기밭(텃밭)을 일궈 옥수수 등을 수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 “뙈기밭에다 나무를 심으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텃밭인 북한의 ‘뙈기밭’은 대부분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다. 김일성이 1976년 3월 전국농업열성자회의에 나와 “국토 대부분이 산비탈이니 계단식 밭(다락밭)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 뒤 산등성이 곳곳을 개간해 밭으로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홍수와 산사태가 빈번해졌고 이후 당국이 관리하지 않는 밭을 개인들이 뙈기밭으로 일구게 된 것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소식통은 “뙈기밭에 나무를 심었다 해도 겨울이 되면 누군가 땔감용으로 베어 가기도 하고,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당국에서 뙈기밭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나무가 잘 자라지 않았다”며 농민들이 일군 뙈기밭을 몰수하기도 한다고. 이 때문에 북한 농민들은 뙈기밭에 심은 농작물에는 비료도 못 주는 상황에서 나무에는 비료를 주고 가뭄이 들면 나무에 먼저 물을 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뙈기밭에 심은 나무의 관리 책임을 밭주인에게 강제로 떠안긴 뒤로는 나무의 생육 상태가 좋고 잘 자라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나무가 몇 년 더 자라면 뙈기밭이 더 이상 농지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돼 농민들은 식량 자급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농민들 사이에서는 뙈기밭을 거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밭에 나무를 심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거래가 좌우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뙈기밭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면 그곳에서는 더 이상 농사를 짓기 어렵고, 나무가 부실하면 밭주인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거래가 불발되는 사례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뙈기밭에 나무심기를 강요하는 탓에 자기가 먹을 식량 농사마저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것이 북한 농민들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