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모양 빨대까지 등장, 병역거부 운운...반동성애 집회, 지난해보다 규모 더 커져
  • ▲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제19회 퀴어문화축제' 행사 전경.ⓒ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제19회 퀴어문화축제' 행사 전경.ⓒ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등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린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행사 '2018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지난해 '사드반대'를 넘어 올해는 '병역거부' 문구까지 등장하며 더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19회째를 맞는 퀴어문화축제는 '당신의 주변(Around)에는 항상 성소수자(퀴어, Queer)가 있다'는 뜻을 담은 '퀴어라운드(Queeround)'를 주제로 내걸었다. 

    오전 11시부터 문을 연 행사장에는 프랑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3개국 대사관과 각종 시민단체 등이 105곳의 부스를 설치했다. 한국 정부기관에서는 유일하게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여했다.

    올해 퀴어 행사의 특징은 아시아권 최초로 '암스테르담 레인보우 드레스'가 전시된 점이다. 이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전세계 80개국의 국기로 만든 드레스다.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전시됐다는 후문이다.

    퀴어축제는 해마다 거센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자극적인 구호와 외설적인 퍼포먼스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마저 들끓었다. '퀴어축제 반대'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

    청원글 게시자는 "차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쉬고 누려야 할 광장에서 혐오스러운 행사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청와대 측은 "위원회 심의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축제"라는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이날도 어김없이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남성으로 추정되는 참가자들이 여성 브래지어와 티팬티 등을 착용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 1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된'제19회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전경. 남성 생식기 모양을 본딴 각종 성인용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된'제19회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전경. 남성 생식기 모양을 본딴 각종 성인용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어김없이 등장한 성인용품 판매 부스, '카드도 됩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 서울 대학로를 시작으로 18년 동안 해마다 열리고 있다. 퀴어 참가자들은 처음 “차별만은 멈춰 달라”며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04년 서울 신촌 축제부터는 “행사를 비판하면 무조건 성소수자 차별”이라며 인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시청 앞 서울광장을 행사장으로 삼으며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지나친 노출과 자극적인 구호, 남녀 생식기를 묘사한 과자, 성인용품 판매 등은 상당수 시민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퀴어 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것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광장 사용을 허가한 서울시의 결정을 비판했다. 서울시 서울광장 사용 조례 및 이용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광장 내에서 물품 판매 및 모금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서울시 측은 “12개조 60여명의 공무원들이 현장 단속에 나선다. 위반 사항에 대해 계도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광장에는 형형색색의 '자위도구'가 버젓이 등장했다. 단속에 나서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비웃듯, 행사장에서는 남성 성기모양의 빨대도 볼 수 있었다. 성인용품 판매자들은 '카드결제 가능'라는 안내 문구를 내걸고, 영업을 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낮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장려금을 지원한다.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자치구는 장려금까지 지원하며 출산을 독려하는데, 서울시가 관리 감독하는 도심 광장에서 4년 연속으로 퀴어 축제가 열린다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 ▲ 1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제19회 퀴어문화축제' 행사장에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행사 부스가 마련됐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제19회 퀴어문화축제' 행사장에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행사 부스가 마련됐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정부, 국회, 종교마저 지원하는 퀴어 축제?  '병역거부' 목소리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국가인권위원회 부스가 퀴어축제 현장에 등장했다. 지난해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퀴어축제에 참여한 국가인권위는 퀴어 축제 반대 시민단체들로부터 "국가가 동성애를 장려하는 것이냐"는 항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인권위는 반대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인권위 입주 건물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다. 인권위는 "지지와 연대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까지 곁들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부스를 마련해 참가자들에게 '무지개 보틀(병)'을 나눠줬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3년 연속 퀴어축제 현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퀴어축제는 혐오가 아닌 사랑과 평등의 공간"이라며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사라지도록 정의당이 늘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군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를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이다. 지난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를 골자로 한 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퀴어 축제가 '외설 혹은 음란성'을 넘어 논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현안을 성소수자 인권과 교묘하게 연계해, 반국가적 집회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축제 현장에서는 '사드 반대' 구호가 터져 나왔다. 올해는 '병역 거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반(反)군사주의'를 표방한 일부 참가자들은, "군사주의는 위계적 질서에 의존하며 타인의 삶을 배제한다. 군사화된 사회에서는 더 많은 혐오범죄가 일어난다"고 외쳤다.

  • ▲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에이즈 환자 다수는 남성 동성애자...에이즈 치료 비용, 전액 국가 부담

    행사 현장에서 강명진 퀴어축제조직위원장은 "시민들이 점점 즐거워하는 것 같다. 버스 등에서 많은 시민이 환호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 축제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위 측의 주장과 달리 이날 서울 도심은 절반으로 쪼개졌다. 서울광장 둘레를 따라 설치된 펜스를 기준으로, 사뭇 다른 풍경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동성애 반대 집회는 그 규모가 예년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동안, 펜스 밖에서는 한국가족보건협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바른군인권연구소,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경희대 탈동성애 관련 소모임 등 수십여개 단체가 '반(反)동성애' 집회를 열었다. 코리아나호텔~덕수궁 대한문 일대가 퀴어 반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 ▲ 14일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 현장.ⓒ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 현장.ⓒ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올해 반대 집회의 가장 큰 특징은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오후 1시 대한문 앞에서 열린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 주변에도 부스가 설치됐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얼음물과 부채를 나눠주며 '동성애 위험성'을 홍보했다. 시민들은 남녀 사이 하트가 그려진 위에 '예스(YES)', 동성 사이 그려진 하트 위에 '노(NO)'라고 적힌 부채를 들고 '정부의 동성애 조장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난민법 반대' 등을 외쳤다.

    반동성애 축제 현장에서는 '에이즈와 동성애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유인물이 상당수 배포됐다. '동성애-에이즈 예방 연구소'는 "에이즈 감염인 중 다수는 남성 동성애자로, 항문성교는 에이즈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에이즈 환자의 약값과 치료비는 누가 내고 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에이즈 환자의 치료비는 100%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정부 지원금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만성질환 1위는 에이즈로 조사됐다. 에이즈 보균자 1인 치료비는 연 4,000만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대회 측은 "동성애자와 그 지지 세력은 퀴어축제를 통해 동성혼 합법화를 이끌어내려고 한다"며, "국가인권위가 어떻게 동성애 축제에 공식 참여하는지 모르겠다. 당장 철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동성애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 대한문을 출발해 숭례문~서울시청~광화문을 거쳐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에 나섰다. 

  • ▲ 14일 '제19회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된 가운데, 반(反)동성애 집회 참가자들이 퀴어 참가자들의 행진을 가로막는 모습.ⓒ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제19회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된 가운데, 반(反)동성애 집회 참가자들이 퀴어 참가자들의 행진을 가로막는 모습.ⓒ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양측 집회 사이 일부 충돌도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광장 일대에서는 퀴어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 입구~종각~명동을 거쳐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진행됐다. 차량 8대와 모터바이크 '레인보우 라이더스' 행렬 뒤로, 퀴어 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누볐다.

    참가자들 중 일부는 서울광장 주변 곳곳에서 열리는 '반(反)동성애 집회' 현장을 지나칠 때마다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반동성애 집회 참가자들이 "정상으로 돌아오라"고 외치면, 퀴어 퍼레이드 진영에선 "XX하지마"라는 답변이 나왔다. 

    을지로 일대에서는 퀴어 참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후 4시30분께 반동성애 집회 참가자 40여명이, 도로에 드러누워 퀴어 퍼레이드 행렬을 막았다. 충돌을 막기 위해 곧장 경찰이 제지에 나섰고, 다행히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퀴어(Queer)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뜻하는 단어로, 현재는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970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퀴어축제는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한편 퀴어축제 하루 전인 지난 13일 "서울시민 10명 중 8명은 퀴어축제에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가 여론조사기관 '공정'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서울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ARS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9%는 '서울광장 퀴어축제는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