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당원에 학교 운영위원 자격 부여" 시의회 개정안 의결… 교육단체들 '폐기' 촉구
  • ▲ 29일 서울시내 학교운영위원회에 정당인 참여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뉴데일리 DB
    ▲ 29일 서울시내 학교운영위원회에 정당인 참여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뉴데일리 DB
    정당의 당원도 초중고 학교운영위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는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립학교 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50명 중 찬성은 34표, 반대는 13표, 기권은 3표였다.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당인이 각급학교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정안이 '정치인의 학교 운영 참여'를 사실상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시·구의원 혹은 총선 출마를 원하는 정치 신인들의 '스펙쌓기용'으로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이하 서일노·위원장 이점희)는 이날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조례 개정안 철회 및 폐기를 촉구했다.

    이점희 서일노 위원장은 "시의회는 지난해 4월부터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를 허용하고자 조례 개정을 시도했다"며,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1년간 보류하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느닷없이 안건을 기습처리해 교육계를 충격에 빠트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20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학교운영위원 자격 중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가 개정안 의결 하루 전인 19일 교육청에 안건 내용을 기습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운위는 학부모, 교원, 지역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교육과정 운영, 학칙 제·개정부터 예·결산, 대입특별전형 학교장 추천 등 학교 운영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계가 기를 쓰고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를 막으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 서일노를 비롯해 서울국공립중학교 교장회, 서울사립중고등학교 교장회 등은 "서울시의회는 교육계를 정치판으로 만들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며 개정안 통과를 반대했다. 이날 본회의 통과를 계기로 교육계의 반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된 조례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윤기 의원 등 24명이 공동발의했다. 이들은 "학운위에 정당인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수장인 교육감도 지방교육자치법 제24조에 의해 정당 가입이 금지된다.
  • ▲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이 29일 세종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운위에 정당인 참여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이 29일 세종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운위에 정당인 참여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이점희 서일노 위원장은 “시의회는 '정치적 기본권 박탈'을 이유로 정치인을 학교 경영 및 교육과정에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서일노는 정당인의 학교운영위원 자격 부여에 대한 주요 문제점으로 △정당인 학운위원이 정당 이익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시 학교장 경영권 침해 소지 △학운위가 정치적 다툼의 장이 될 가능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가 정치 이념으로부터 휘둘릴 수 있음에도 학운위에 정당인을 포함시키겠다는 저의가 무엇이겠느냐"며, "학교가 선거에서 학부모들의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는 표밭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는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의 1인 시위도 함께 진행됐다. 전 회장은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려는 시의회는 각성해야 한다"며 "시의회는 조례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고 정치·이념으로부터 학교와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개정안은 집회 1시간 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교총은 즉시 성명서를 내고 조희연 교육감에게 조례안 통과에 대한 '재의(再議)요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