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終戰)이 과연 평화를 노래하게 할런지... ‘북진’(北進)과 ‘자유’(自由) 통일을 포기하자고?
  • 李 竹 / 時事論評家

      그 많은 것들이 바로 ‘그 전쟁’ 때문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 나라와 양키나라의 군사동맹, 양키군대의 주둔, 연합사령부의 설치, 연합[합동]훈련, 그리고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구호에 이르기까지... 물론 현재 이 나라 ‘국민의 군대’가 적지 않은 젊은 청춘들의 ‘기피 대상’(?)이 된 것 조차도...

      구체적으로는 지난 1950년 6월 25일 북녘 공산·전체주의 괴뢰집단의 기습 남침(南侵)으로 시작되었고, 3년여 수많은 희생 끝에 일단 정지됐던 그 전쟁이다. 그리고 68년을 맞았다. ‘북진’(北進) 또는 ‘자유’(自由)의 통일로 끝내길 많은 국민들이 바랐던, 그래서 쉽게 끝나지 않을 듯했던 전쟁이다.

      그러나 이제 아주 쉽고 빠르게 ‘종전’(終戰), 즉 “전쟁을 끝내겠다!”고 한다. ‘북진’, ‘자유’는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더군다나 ‘그 전쟁’의 근본 원인과 경과에 대한 규명 및 책임 소재도 없이, 전쟁 범죄자에 대한 정죄(定罪)·단죄(斷罪)도 포기한 채, 물론 재발 방지 약속과 의미 있는 조치는 전부 거둬치워 버리자고 한다.
      전쟁 범죄자 또는 집단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저들이 주장했던 ‘조국해방전쟁’, ‘민족해방전쟁’의 명분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사기칠[4·27] 판문점 선언’의 한 구절이다.

      이에 더하여,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6·12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한 구절이다.

      일련의 회담과 선언·성명...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벌어질 일들을 살펴보고 상상해 보라.
      이미 ‘북녘의 비핵화(非核化)’는 공허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저들 헌법에 명시한대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꿰어 찾고, 공인(公認)받았다.
      그 대신에, 이 나라 ‘국민의 군대’와 ‘양키군대’ 간의 연합훈련이란 건 줄줄이 멈춰서는 형국이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에 뒤질세라 ‘국민의 군대’ 자체 훈련마저도 그렇게 될 듯하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군사훈련이란 군사훈련은 모두가 연기·중단·폐기될 듯 엄청난 기세다.
      군사훈련은 적(敵)이 있으므로 존재·필요한 만큼,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의 관점에서는 전혀 해서는 안 되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긴 하다. 따라서...

      “양키군대의 철수”나 “연합훈련 중단”, 그리고 그 전쟁의 “종전”(終戰)을 떠벌린데 이어, 다음과 같이 거리낌 없이 짖어대는 양키나라 군 통수권자의 속심을 들여다보자.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연관시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우리는 훌륭한 궁합(chemistry)을 가졌고 잘 지내고 있다... 김정은은 똑똑한 터프 가이이고 훌륭한 협상가... 그[김정은]가 북한의 엄청난 미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기꾼’에게 크게 당한 사기 피해자가, 단지 세간(世間)의 비웃음을 의식하여 “나는 결코 사기 당하지 않았다!”고 자랑질하거나, 스스로 쪽이 팔려서 사기꾼을 두둔하는 아둔한 짓거리를 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입으로만 “함께 갑시다!”를 외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머리와 가슴 저 한 켠엔 혹시 ‘조-미동맹’(朝-米同盟)?

      또한 이와 함께, 이제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인민군’은 과연 대한민국 ‘국민의 군대’의 주적(主敵)인가?”하는 물음은 하나마나한 헛소리가 될 법도 하다. ‘적(敵)이 없는 군대’, 그리고 그런 군대를 가진 ‘나라’...
      젖과 꿀이 흐르는 평화의 천국을 기대·노래할 때인가 보다. 그저 ‘적’(敵)이 아니라는 ‘상대방’의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적수공권(赤手空拳)인 채로...

      그렇다. 저 많은 사연들이 ‘그 전쟁’ 때문이었듯이, ‘그 전쟁의 종전(終戰)’은 이런 것들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나라 국민들이 동의를 하던 하지 않던, 그건 이미 되돌리기 힘들게 된 듯도 하다. 아니, 꽤 여럿의 국민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노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는데 있다”
      이 조금은 길고 그 속내가 복잡한 한 문장이 아직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서...

      “인민군 점령하의 3개월은 북한 체제의 현실을 깨닫게 한 값비싼 체험이 되었다. 경찰의 몽둥이로도, 부모의 눈물로도 어쩔 수 없던 ‘좌익소아병’에서 수많은 지식인·젊은이들이 이때 벗어났다...”
      어느 선험(先驗)·선지(先知)자의 말씀도 아직은 귓가에 생생하다.

      그래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 말아야 하며, 끝낼 수 없다. ‘북진’과 ‘자유’ 통일의 그날까지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입발림과 함께, 또 그렇게 6월 25일은 속절없이 다시 먼 지난날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