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반려견 마루, 입마개 미착용 상태서 공원 산책 포착입마개 안 한 개주인 강력 비난하던 누리꾼들 文대통령에게는 환호 댓글 남겨
  • 2017년 7월, B씨는 용인시의 한 아파트 인근을 산책하던 도중 A씨의 대형 진돗개와 마주쳤다. 피할 겨를도 없이 해당 진돗개는 B씨에게 달려들었고, 결국 B씨는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조사 결과 A씨의 대형 진돗개는 과거에도 2차례나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물어 죽인 바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입마개를 하지 않고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9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도봉구 한 골목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가 산책 도중 이웃 주민을 물어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혔다. 당시 상처를 입힌 개의 주인 A씨은 과실치상죄가 적용돼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박현배 판사는 유죄 선고 사유에 대해 "A씨는 개에게 입마개를 하는 등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게을리했다"고 밝혔다. 

  • ▲ 사진= 네이버 댓글 캡처ⓒ
    ▲ 사진= 네이버 댓글 캡처ⓒ
    누리꾼은 이같은 사건 소식이 연달아 발생하자 개 주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애견인 욕 먹는 짓 좀 그만합시다. 사람 무는 개를 사람 많은 곳에서 입마개도 안 하고 산책 시키는 것이 잘못된 일입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잘못하면 개에 물려 죽을 수도 있으니, 살인미수죄로 개 주인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한 남성이 진돗개를 산책하면서도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개 주인에게만큼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누리꾼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문제의 개 주인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 ▲ 사진= 네이버 댓글 캡처ⓒ
    문 대통령은 제7회 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13일 북악산을 오르며 휴식을 취했다. 문 대통령의 등산 모습은 같은 시간 북악산을 찾은 시민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한 시민은 SNS를 통해 "개를 끌고 오시는 노인 한 분이 인사하시길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지나가는데… 엇? 귀인을 만났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라며 문 대통령과 반려견 '토리' '마루'의 산책 사진을 공개했다.

    문제는 사진 속 반려견들에게 있었다. '토리'와 '마루'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원을 산책하고 있지만, 입마개는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사진 댓글에는 문 대통령의 소소한 일상을 찬양하는 글로 넘쳐났다. 한 누리꾼은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시는 울 대통령님!"이라고 글을 남겼으며, 또 다른 누리꾼은 "동물을 사랑하시는 대통령님, 마루와 함께 웃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임기 동안 유기견을 줄일 수 있는 법 개정을 확실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진돗개는 안 물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 ▲ 사진= 네이버 댓글 캡처ⓒ
    간간히 문 대통령 반려견의 입마개 문제를 꼬집은 누리꾼도 보였다. 아이디 '제XX'는 "대통령님 십만 원 내셔야겠네요. 자연공원법에 저촉됐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그래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너무 애쓰시는데 이 정도는 얼마든지 봐드립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문 정부는 지난해 11월 모든 대형견에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강한 반발로 의무화 정책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진돗개·삽살개 등 공격성 강한 견종과 사고 전력이 있는 개에게는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문 대통령이 진돗개 '마루'에게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았다. 이야말로 책인즉명(責人則明)이 아닐까. 

    아울러 잘못이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는 없다. 일반 시민이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시키지 않을 때와 문 대통령이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시키지 않을 때의 잘못의 경도는 같다. 누리꾼의 이중적인 태도 역시 짚어봐야 할 문제다. 어쩌면 문 대통령의 입마개 미착용이 '사소한 사건'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론에 의해 잘못이 가려지는 사례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