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성·계획성이 관건…선관위 경위 조사에 나서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송파구 서호사거리에서 배현진 송파구을 국회의원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송파구 서호사거리에서 배현진 송파구을 국회의원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 한마디가 또 다시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을 배현진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 "(저는) 교육감은 박선영 후보를 찍었다"는 홍 대표의 발언 때문이다.

    다른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교육자치법상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는데 홍 대표가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 상대 측의 주장이다.


    ◆ 他 후보·여당 "법 위반" vs 홍준표 "입 닫고 선거하라는 거냐"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 측은 "홍준표 대표가 자당 유세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 박선영에게 투표했다고 발언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명백한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검찰 고발도 고려하고 있다며 고강도 대응을 예고했다. 조영달 후보 측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홍 대표의 법 위반을 지적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보수 정당 출신 박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당 지지층의 표심을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며 "불법 선거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홍준표 대표는 "입 닫고 선거를 하라는 거냐"며 정면 대응했다.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는 "어느 분이 '교육감은 누구를 찍었습니까' 하길래 박선영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며 "누굴 선거운동 해준 것도 아니고 단순히 투표 후 누구에게 투표했다고 말 한 것을 두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시비를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론이다.


    ◆ 적극성·계획성이 관건…선관위도 경위 조사에 나서

    그렇다면 실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법을 위반한 것일까? 조희연 후보 측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문제 삼은 법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이하 교육자치법) 제46조 2항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정당의 대표자·간부 및 유급사무직원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그 밖의 당원은 소속 정당의 명칭을 밝히거나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거관여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홍 대표가 한국당의 '대표자'이며 동시에 자신이 뽑은 후보를 공개한 것이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라는 주장인 셈이다.

    일단 홍 대표가 명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발언이 현재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 현장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홍 대표가 박선영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거나 박 후보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홍 대표가 "나는 교육감은 박선영을 찍었다"고 말한 것이 '선거에 관여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위 조사에 나선 선관위 역시 이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판례가 있다. 바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문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선거운동을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의 발언에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얼마나 계획성과 적극성을 갖고 한 발언인지에 따라 선거운동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 대표가 당시 어떤 경위에 의해 해당 발언을 했으며, 다른 유세 현장에서 해당 발언을 반복했는지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