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 '시카고'가 14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 22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는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했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쿡카운티 교도소의 두 여죄수의 살인과 거짓말,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의 사회상과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한껏 담겨 있다. 14인조 빅밴드가 들려주는 농염한 재즈 선율 위에 천재 안무가 밥 포시 특유의 절제되면서도 관능적인 춤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시카고'는 1996년부터 현재까지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18년 동안 누적합계 961회 공연, 평균 객석 점유율 85%를 기록했으며, 오는 6월 23일 1000번째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초연 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시카고'에 참여한 최정원은 "5년간 원캐스였기 때문에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본 적이 없다. 더블 캐스팅을 통해 벨마의 부족했던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떠나려고 했지만 저와는 다른 매력의 벨마를 보면서 더 욕심이 생겼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얼마나 오래 했느냐보다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 작품을 이해하는 방향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까 사실 더 어렵다"라며 "곧 1000회가 다가오는데 500회 이상 무대에 선 것 같다. 그럼에도 단 한번도 같은 느낌으로 공연한 적이 없다. 매번 '올댓재즈'를 부를 때 심장이 밖으로 떨어질 만큼 굉장히 떨린다"고 덧붙였다.
  • 무대는 화려한 조명 아래 오로지 배우들의 춤과 연기로만 가득 채워진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검은 의상과 스타킹을 입은 여배우들과 근육질의 남자 배우들이 보여주는 섹시한 안무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시카고' 음악감독에서 배우로 변신한 박칼린은 "2013년까지 지휘를 했지만, 무대에서 등만 돌리고 역할을 바라봤다. 대본, 노래, 가사 모두 알고 있다가 춤이라는 육체적 노동과 즐거움을 50세가 넘어 알게 됐다"며 "전화 한 통화에 오디션을 봤고 살짝 미쳤던 것 같다. 너무 세련되고 시크한 작품이라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시즌은 2011년 이후 6년 만에 공식 오디션을 치렀으며, 새롭게 재정비한 앙상블들이 고품격 무대를 선보인다. 검증된 배우 최정원(벨마 켈리 役), 아이비(록시 하트 役), 남경주(빌리 플린 役), 김경선(마마 모튼 役)이 함께한다.

    배우·연출·음악감독 등 다방면에 활약하는 박칼린이 '벨마' 역을 맡았으며, 배우 안재욱은 '빌리' 역, 김지우가 '록시' 역으로 '시카고' 무대에 처음 오른다. 2000년 초연에 출연했던 김영주는 18년 만에 '마마'로 분한다.

    안재욱은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알고 있는 작품이지만 춤과 재즈가 강하게 박힌 뮤지컬이라 저랑 상관없을 줄 알았다"면서 "근데 이 기회를 얻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인생의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수많은 빌리 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묘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록시' 역으로 처음 합류한 김지우는 "제가 동경하던 작품이고,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2008년 한 인터뷰에서 록시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꿈을 이뤘다. 지금 무대에 서고 있지만 비현실적이다.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이 순간이 소중하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시카고'는 8월 5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