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수뇌회담 결과 발표문을 뜯어보니...‘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이번에도 단골메뉴이긴 한데...
  • 李 竹 / 時事論評家

    엊그제 남녘과 북녘의 수뇌들께서 전격적으로 만난 게 단연 이 나라의 화제다. 3일이 지났음에도 그 흥분과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제[5월 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북녘 세습독재자가 한 밤중 부르매, “만사 제쳐두고 버선발로 한 달음에 달려갔다”는 말씀에 다름 아니다. 특히, ‘군 통수권’ 조차도 돌아볼 경황없이 걷어치우면서까지.

    남녘의 일부 호사가(好事家)들과 언론이 이런 ‘용기 있고 소탈한 짓거리’에 비난을 해대고는 있다. 일견 타당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중재자’, 즉 ‘거간꾼’의 입장에서는 거래가 있거나 거래와 연관이 있다면, 저들 당사자가 부르는 대로 만사를 제치고 즉각 달려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고 일면 당연한 처신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애비와 아들 뻘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격하면서 다정스럽게 포옹하는 사진을 보며, 역시 ‘친구 사이’ 와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한” 맹약(盟約)이 쉽게 깨지지 않겠구나하는 확신을 이 나라 순진이들은 감격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나중에 언론에 보도된, 특히 북녘 ‘로동신문’에 실렸다는 사진과 기사들을 보니, “일체의 형식 없이”는 살짝 거짓말 같았다. 북녘 ‘으니’ 최측근의 영접, 의장대 사열, 그리고 방명록에 멋진 글[“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쓰기 등등으로 미루어...

    그저 남녘의 순진이들은 그날의 ‘형식’을 나중에서야 존경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담에서 이루어진 여러 결과물은, 발표문만 읽어 봐서는 이미 자주 접해왔고 북녘의 세습독재자가 늘상 짖어왔다는 내용들이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혹여 ‘완전한’은 무지무지하게 큰 진전?-를 비롯하여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그리고 ‘4·27[사기칠]회담’ 선언문에서도 나왔던 ‘항구적인 평화체제’나 ‘긴밀한 상호협력’ 등등... 


    물론 두 수뇌분들 간에 은밀히 나눈 대화가 있었을 것이고, 거기에는 이 민족을 위한 어마어마한 그 무언가가 담겼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긴 하다만...

    굳이 가시적인[발표문에 나와 있는] 성과라면, 북녘이 걷어찼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선심이나 쓰듯 다시 하기로 하고, 이어서 ‘군사 당국자 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허나 이것들도 이미 철지난 레코드 소리고, 결국은 북녘에 ‘퍼주기’를 위한 명분·절차일 뿐이지 않는가.
      

    더군다나 그 직후에 또다시 “강제 억류되어 있는 우리 여성 공민들은 그들의 요구대로 지체 없이 가족들의 품에 안겨야 한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는 바를 감안하면, 그 탈북 여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억지 부리기에 멍석을 펴주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마저 금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그리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말꼬리나 잡는 듯하지만...

    그 회담 과정과 결과 발표문 및 발표 당시에 말끝마다 “조-미” 또는 “미-북”이 아니라 “북-미”라고 거듭하셨는데, “이 말씀을 듣는 ‘아직은 동맹국’의 기분이 어떻겠냐?”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는 이 나라 국민들도 많단다.
      

    또한 이 나라 ‘촛불정권’이야 북녘에 대한 '흡수통합', 달리 말하면 ‘자유통일’을 진즉에 포기했다지만,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 적돈가(赤豚家)’는 ‘조선반도 적화통일(赤化統一)’의 목표를 지울 마음과 뜻이 없는데도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은 너무 과하지 않았냐고 투덜대는 철딱서니 국민들도 있단다.

    특히, 아무리 ‘거간꾼’이라 해도 자기 머리 위에 핵미사일을 이고 살면서, 세계만방이 ‘쌩쇼’라고 하는 걸 ‘결단’이라고 부추겨야 했었느냐는 ‘봉창 두드리는 수준’의 반론도 있었다.
      

    “북한은 스스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결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말이다.
      

    더군다나 그 핵미사일 중에 ‘아직은 동맹국’인 양키나라에만 위협이 된다는 듯이 취급하는 ‘핵 탑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그 무슨 ‘고각(高角)으로 발사’하면 이 나라에 떨어질 텐데 하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말인데...

    아무개 일간지에 실린 시민단체의 광고에 등장한 “핵(核)을 가진 김정은을 주인으로 모시고 韓民族을 종살이 시키겠다는 연방제가 목표인가?”라는 물음에 시원한 답을 어떻게든 들을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발칙한 제의도 나오고 있단다.

     그리고...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나 남북정상회담, 혹은 미-북 정상회담이 결코 북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한 번쯤은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이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