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보 취합하고 지시하는 권력의 핵심... 싱가포르서 미북회담 실무협의 맡아
  • ▲ 지난 4월 2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관련 3차 실무회의에 나온 김창선 노동당 3층 서기실 실장. 공식 직함은 '국무부위원'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2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관련 3차 실무회의에 나온 김창선 노동당 3층 서기실 실장. 공식 직함은 '국무부위원'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창선이란 인물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8일 국내 언론들은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협의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판문점에서는 성 김 駐필리핀 美대사와 앨리슨 후커 美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싱가포르에서는 조 헤이긴 美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북측 인사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YTN 등은 29일 자정 무렵 日NHK를 인용해 “中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 일행 8명이 포착됐으며, 이들은 28일 오후 4시 35분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YTN은 “또한 조 헤이긴 美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실무팀이 일본을 거쳐 28일 싱가포르로 향했으며 29일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도 실무협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는 日언론들의 다른 보도도 전했다. 그런데 싱가포르 실무 협의에 나온 북측 인사 가운데 ‘김창선’이 포함돼 있다. 그는 태영호 前영국 주재 北대사관 공사가 쓴 책에 등장한다.

    태영호 前공사는 최근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이번 정부에서 판매금지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2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에는 ‘3층 서기실’이라는 조직이 나온다. 이 ‘3층 서기실’의 실장이 김창선이다. 

    ◆노동당 청사 '절대금지구역'에 있어 

    태영호 前공사의 서술에 따르면 ‘3층 서기실’은 단순한 비서실이 아니라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지전능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책 ‘3층 서기실의 암호’ 가운데 ‘모르는 게 없는 지도자 만들어내는 3층 서기실’과 ‘3층 서기실로부터 온 암호’라는 대목에 관련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나온다.

    북한 주민들도 잘 모른다는 ‘3층 서기실’은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 청사(또는 조선노동당 본관) 3층을 말한다. 태영호 前공사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 청사는 北노동당 중앙당 관계자들조차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절대금지 구역이라고 한다. 지난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이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은이 마중을 나온 그 곳이 바로 노동당 중앙 청사 지하였다고 한다.
  • ▲ 지난 3월 5일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이 환영 만찬을 마치고 돌아갈 때 배웅하는 김정은. 이곳이 北노동당 중앙청사 지하라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월 5일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이 환영 만찬을 마치고 돌아갈 때 배웅하는 김정은. 이곳이 北노동당 중앙청사 지하라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기에는 김정은의 ‘사업’을 가장 근접해서 보좌하는 부서들을 가리켜 ‘3층 서기실’이라고 지칭한다고 태영호 前공사는 설명했다. 그는 ‘3층 서기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김정일이 어느 음악단에 가서 ‘이 가곡은 화성(和聲)이 이렇고 악기 구성은 저러니 이러저러한 식으로 고쳐보라’고 현지지도를 했다. 김정일이 3층 서기실로부터 사전에 예습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단원들은 ‘어떻게 저런 것까지 아실까’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태영호 前공사는 북한 노동당 조직 체계는 ‘차단 원칙’에 따라 상호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해도 각 부서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 간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당 조직지도부도 이런 사업보고에는 간섭을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각 부서별로 동일한 사안에 대한 보고가 올라오면 ‘3층 서기실’에서 취합해 김씨 일가에게 보고하며 그 이후에 결정이 내려진다고 한다.

    ◆모든 정보 모이고 하달되는 권력의 핵심

    때문에 노동당 각 부서는 김정은이 사업 내용을 상세히 파악한 것에 대해 놀라고 두려워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사업을 지시할 때도 ‘3층 서기실’을 거치면서 조각조각 쪼개서 지시를 하기 때문에 각 부서들은 전체 그림을 파악할 수가 없다고 한다.

    즉 북한의 모든 정보가 모이고 걸러지고, 모든 지시가 하달되는 통로가 바로 ‘3층 서기실’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김씨 일가는 ‘3층 서기실’ 관계자의 신상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한다. ‘김창선’은 그런 곳의 실장이니 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평창 올림픽 때 한국 방문

    ‘김창선’의 前부인 ‘류춘옥’은 북한에서 유명한 항일투사 부부 ‘류경수-황순희’의 딸이라고 한다. ‘류춘옥’은 또한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와 절친한 관계라고 한다. 소위 백두혈통 절친의 남편이니 북한의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출세가도를 달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태영호 前공사의 설명에 따르면, ‘김창선’은 지난 평창 올림픽 개막식 때 김여정과 함께 한국에도 왔었다고 한다. ‘김창선’은 또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안내를 맡았으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에도 배석해 그 내용을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런 ‘김창선’이 29일 싱가포르에서 美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만나 美北정상회담 실무협의를 한다는 점은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