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주재 北무역일꾼·美한반도 전문가들 “北경제 심각…제재 이어지면 연말에 끝장”
  • ▲ 중국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북한으로 옮기기 위해 배에 싣는 北무역일꾼들. ⓒ美자유아시아방송 관련보도 화면캡쳐.
    ▲ 중국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북한으로 옮기기 위해 배에 싣는 北무역일꾼들. ⓒ美자유아시아방송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美北정상회담을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北무역일꾼들이 크게 실망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북한 내부 소식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경제 사정 악화로 김정은이 美北정상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돌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5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6월 12일로 예정됐던 美北정상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의 北무역일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심양 주재 北무역대표는 “24일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美北정상회담 취소를 알았다”면서 “美北정상회담만 잘 마무리 되면 꽉 막힌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이 北무역대표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던 날 트럼프 대통령이 美北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오늘 아침 무역대표부에 출근한 사람들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무거운 표정이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北무역대표는 “최고존엄(김정은)이 40일 만에 중국을 또 방문하면서 中北관계는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우리 무역일꾼들은 미국과의 회담이 잘 되기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미국이 대북압박을 풀어줘야 중국은 물론 다른 나라와의 무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北무역대표는 “한 무역일꾼은 ‘우리가 중국과의 친분을 너무 과시하고 미국의 도움 없이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친 것이 미국을 자극한 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면서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北간부들 또한 미국 눈치를 보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단둥의 무역대표는 “북한 당국이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무역대표는 北노동당 중앙에서 “6월부터 석탄 수출이 재개되니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이 美北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믿음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고 한다.

    이 무역대표는 “美北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김정은의 위상이 손상돼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것 같다”면서 “지금 북한은 경제 악화로 격앙된 민심부터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입장”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 ▲ 지난 26일 원산해양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찾은 김정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과 북한 특권층을 위해 만드는 시설이었지만 국내 경제사정 악화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지난 26일 원산해양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찾은 김정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과 북한 특권층을 위해 만드는 시설이었지만 국내 경제사정 악화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자유아시아방송’은 中해관(세관)이 지난 24일 발표한 2018년 4월 무역 통계를 인용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85% 줄었다”고 전했다. 2018년 2월에 94%, 3월에 89%나 감소한 데 이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 산하 무역회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무역일꾼들도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고, 함경북도 무산 광산은 가동을 완전히 멈췄으며, 대북제재로 계약이 끊어진 양강도 혜산시 구리 광산, 수출이 막힌 청진시 수산기지 등도 모두 일거리가 사라지면서 근로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런 분야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 북한 핵심 권력층”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日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오사카 사무소 대표 이시마루 지로 씨를 인용해 “북한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고 외화벌이 수단이 사라지면서 권력층들의 수입이 고갈됐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경제전문가인 김중호 美조지워싱턴大 한국학 연구소 객원 연구원의 주장도 전했다. 김중호 객원 연구원은 “대북제재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北핵심 권력층에 큰 타격을 줬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가면 2018년 12월에 북한 체제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한다. 그는 김정은이 보기에 北핵심 권력층의 생활고가 체제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미국과의 회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김중호 객원 연구원은 또한 “美北정상회담이 취소되면 양측 간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 북한의 무역을 아예 차단할 수 있고, 이는 북한 민간에서의 물가 상승을 불러와 불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또한 “평양과 지방의 심각한 빈부격차, 북한 핵심 권력층의 경제활동에 직격탄이 된 대북제재가 계속될수록 김정은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부 소식통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 내용은 같은 날 김계관 北외무성 제1부상이 황급히 발표한 대미 담화와 연관 지을 수 있었다. 김계관 부상의 이날 담화에는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강하게 배어 나왔다. 이 담화 이후 트럼프 美대통령은 “美北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다”며 입장을 급선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