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MI6, 2006년부터 지면 광고…美CIA·NSA, 이스라엘 모사드도 21세기부터 TV광고
  • 지난 24일(현지시간) BBC 등 英언론들은 “영국 첩보기관 MI6(공식 명칭 SIS)가 첫 TV 광고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英BBC, 스카이 뉴스 등이 소개한 영상을 보면 한 흑인 모녀가 상어를 구경하는 수족관이 광고의 배경이다. “제임스 본드 같은 요원이 필요한 게 아니다 바로 당신이 필요하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英언론들은 MI6가 ‘제임스 본드’ 같은 영국계 백인 남성이 아니라 흑인 모녀를 앞세워 광고를 제작한 것이 ‘비영국 출생, 흑인, 아시아인, 소수 민족(BAME)’에 관심을 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MI6 내에 ‘비영국 출생,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 출신의 간부 비율은 6.8%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MI6는 전통적으로 옥스퍼드大와 캠브리지大를 졸업한 백인만 뽑는다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다.

    英BBC에 따르면, 이날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TV 광고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MI6는 현재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며 ‘집단사고(조직논리)’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우리는 MI6에 근무할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지원하기를 원한다”면서 “지금 현재 상태로 MI6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 군 정보국의 한 부서로 출발해 1909년 독립 정보기관이 된 英MI6는 2006년 10월 첫 구인광고를 냈다. 2017년 3월에는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비밀첩보기관이 TV를 비롯해 미디어를 통해 구인 광고를 내는 것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캐나다의 ‘캐나다 안보첩보국(CSIS)’은 몇 년 째 직군별 광고 영상을 TV나 영화는 물론 유튜브를 통해서도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2005년 11월부터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구인광고를 내고 있다. 美CIA는 당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첩보 드라마 ‘앨리어스’의 주인공 ‘제니퍼 가너’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이 광고 이후 지원자가 급증했다는 후속 보도도 나왔다.
  • 美육·해·공군과 해병대 소속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방부 직속의 국방정보국(DIA), 같은 국방부 소속으로 과거에는 ‘그런 기관 없음(No Such Agency)’이라고 불렸던 국가안보국(NSA) 또한 구인광고를 신문과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요원을 공개 채용하는데 가장 빨랐던 정보기관은 이스라엘 모사드였다. 모사드는 2000년 7월 30일(현지시간) 국내 신문에 “우리는 개방 중”이라며 “25~35세의 유대계 청년들을 뽑는다”는 지면 광고를 냈다.

    현재 모사드는 유튜브 등 인터넷에 구인 광고를 내고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직접 지원도 받고 있다. 모사드뿐만 아니라 국내정보국 '신베트' 또한 언론 매체와 유튜브 등을 통해 구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 한편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1965년부터 매년 정기 공채를 실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대학 학과사무실이나 교수 등을 통해 응시 인원을 모집했지만 1990년대부터는 매년 8월부터 9월 사이에 공채 모집 광고를 낸다.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시험에 따라 첩보요원 지원자를 뽑다 보니 15년 전부터 ‘국정원 대비 학원’이라는 사교육 기관들도 나타났다. 원래 기밀로 알려진 기출문제들 또한 일부 빼돌려졌다는 소문도 있다. 이처럼 공무원 시험 같은 방식에 대한 비판이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국정원은 '공채'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국정원은 또한 지금까지도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과 같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구인 광고를 내놓은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