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5만1,000명 대한문 앞 집결 "정부 일방통행식 정책에 의사 사명감 짓밟혀"
  • ▲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이 2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케어 저지와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주제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한문 앞에는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를 포함한 전국 의협 회원 약 5만1천명(대한의사협회 추산·경찰 추산 7천여명)이 집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이 2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케어 저지와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주제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한문 앞에는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를 포함한 전국 의협 회원 약 5만1천명(대한의사협회 추산·경찰 추산 7천여명)이 집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은 2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와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주제로 하는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장소에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이후 약 5개월 만에 열린 대규모 집회다. 이날 대한문 앞에는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를 포함한 전국 의협 회원 5만1,000여명이 집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절대 실현될 수 없는 망상적 정책"이라며 "건보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현실적인 대안 없이 졸속적이고 비현실적인 정책을 강행하려는 의지만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며 실질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과의 협의나 조언을 구하는 과정을 무시함으로써 의사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정부는 미용·성형을 제외한 3,600여개 의학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에 편입시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의사들은 그간 저수가 및 기형적인 건강보험 제도에 시달려 왔음에도 정부가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문재인 케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를 놓고 "환자의 진료선택권을 제한해 결국 국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들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의 급여화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급여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대집 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4년 간 급여화한 비급여 항목이 65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65개가 급여화됐는데 이후 4년 동안 3,600개를 급여화하겠다는 게 제정신 가진 사람들이 할 소리인가? 의사들을 그만 기만하고 문재인 케어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수가를 정상화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이 순서임에도, 일단 빼앗기부터 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이 시대 가장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 ▲ 최대집(사진)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지난 3월 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의협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최대집(사진)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지난 3월 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의협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에서 집단 감염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 의료진 7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은 "이 사건은 대한민국 중환자 의료체계의 현실과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불합리한 저수가로 인해 운영하면 운영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로, 병원 입장에서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투자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그럼에도 정부는 근본적 문제해결 의지 없이 여론에 대한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묵묵히 중환자실을 지켜온 의료인에게 책임을 씌우고 있다"며 "만약 의료인들이 책임을 지게 된다면 위험 부담이 존재하는 의료현장에 인력을 구하지 못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집 회장도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지만 중환자들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진을 구속한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선을 다해 진료했음에도 결과에 따라 구속시키면 어느 의사가 중환자를 진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예비급여를 '가짜보험'으로 규정하고 "환자가 80% 내고 건보공단에서 20%내는 것이 보험인가? 이걸 예비급여라고 해놓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국민과 의사를 대놓고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해서도 "급여기준, 심사기준, 심지어 누가 심사했는지도 공개하지 않는다"며 "국정원보다 더한 비밀정보기관처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불투명하고 전근대적인 행정기관은 해체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집회 참석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의사들은 간절한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케어가 현실화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의사들이 휴일임에도 서울 상경을 마다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이들은 "비급여의 전면급여, 건보재정 파탄난다", "환자위한 최선진료, 국가가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경기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남·49)씨는 "중증외상 등 진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의료수가가 너무 적어 병원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진료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술에 대한 보상 등 의료제도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청남도에서 올라온 B(남·43)씨는 "의사가 생업이라면 무조건 올 수 밖에 없는 집회"라면서 "정부가 의료수가 보장을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의료인들의 현실을 고려하고 대화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남의사회 소속 C(남·53)씨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으로 인해 의사의 사명감마저 짓밟히고 있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모순적인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들은 오후 3시 10분 대한문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앞으로 행진했다. 

    의사들은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일찍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국정 운영 철학을 천명하신 바 있지만 산술적 통계가 먼저이고 재정 절감과 보험의 지속가능성이 먼저인 지금의 건강보험제도는 대통령님의 인간 중심의 국정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단순히 통계적인 목표가 아니라 국민이 예기치 못한 중증질환이나 희귀병, 중증외상과 맞닥뜨렸을 때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최선의 치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