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 다지겠다" 기자회견 논란김재철 교총 대변인 "교육계 종사자는 학생과 교육 먼저 생각하고 활동해야"
  • ▲ 민노총 산하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학교 그만, 노동존중이 곧 교육이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민노총 산하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학교 그만, 노동존중이 곧 교육이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6·13 교육감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민노총 소속 교육단체가 서울 도심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조직적 정치 실천 강화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계 내부에선 "교육단체가 앞장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민노총 산하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학교 그만, 노동존중이 곧 교육이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부가 이날 배포한 자료 중 '6·13 정치실천단 결의문'에 따르면 "조직적 정치실천 강화로 조합원의 고용안정·처우개선 및 사회적 위상 강화를 위해 투쟁할 것이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 단체가 사실상 '교육의 정치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실제 이들은 6·13 교육감선거 승리를 위한 8대 실천과제를 내놓았다. 8대 과제에는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민주노총 후보 및 지지후보 당선에 앞장설 것", "다양한 정치실천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나아가 일상적 정치활동에도 앞장설 것" 등이 포함돼 있다. 8대 과제 중 5개 항목에 '정치'가 명시돼 있고 '정치'가 8차례 언급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과 관련된 단체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면, 학생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더욱이 학교 현장에서 공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활동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학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곳으로, 우리는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학교를 원한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에게 맞는 사용자를 뽑아야 한다"며 '진보교육감 5대 정책 요구안'을 제시했다.

    본부가 발표한 요구안은 △비정규직 없는 좋은 일터, '평등학교' △권리를 배우는, '노동존중학교' △안전한 일터, '건강학교' △공교육 강화, '민주학교' △위계문화 타파, '인권학교' 등 5가지다.

    전국교육공부직본부는 "차기 교육감은 '제대로 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하며 임금차별도 개선하는 동시에 학교 비정규직의 교육적 역할과 사회적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타 근거로 △노동인권교육 조례 재·개정을 통한 제도화(노동존중학교) △학교 인력배치기준 개선 및 고교 무상급식 실시(건강학교) △교직원회의에 노조 및 비정규직 참여 보장(민주학교) △위계에 따른 업무분담 및 직종 명칭 개선 등을 들었다.

    특히 본부는 '차별없는 임금'에 대해서는 "교사 동일근속 대비 최소 80%이상 수준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 차별도 철폐하라"고 주장했으며, "단시간 노동자 중 희망자는 전일제로 전환하고 단시간 노동도 폐지하라"고도 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어느 직종이 됐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인건비는 직무 연관성과 밀접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같이 근무한다고 해서 보수는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평등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기간제교사 혹은 다른 비정규직이 정교사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면 개선할 여지는 있다"면서 "그러나 비정규직 처우를 급격히 인상할 경우 오히려 채용인원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처우를 조정할 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인권교육 조례 재정 및 제도화'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인권향상이라는 방향성에 있어서는 필요하지만, 한 조례가 특정 분야(노동)를 염두하고 재정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인권교육은 한시적으로만 필요한 것이 아니며 '인권' 자체가 범(凡)가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인권교육의 제도화는 시교육청이 아닌 정부 주도로 '노동인권교육'이 아닌 '인권교육'을 시행령으로 담고, 인권교육의 한 부분에서 노동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녹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교육은 교육노동자를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방치하고, 심지어 차별하며 하찮게 여기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인격교육을 할 수 없다. '비정규직 백화점'인 학교는 그 자체가 반(反)교육적"이라고 밝혔다.

    황영남 미래교육자유포럼 대표는 "모든 사람을 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은 이상향에 가깝다"며 "고용의 경직성은 사회 변화나 수요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며, 교육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일선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을 하찮게 여기는 교사를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이들이 자극적인 슬로건을 내세워 현장을 교란하고 교육계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을 심화시키려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