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한미연구소 탄압해도 38노스는 정상 운영”

국내 일각 “청와대, 38노스 없애려 추태부리다 오히려 한국 이미지만 실추시켜”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4.11 13:45:53
▲ 지난 4월 4일 북한 영변 핵시설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 韓정부의 한미연구소 자금지원 중단으로 자칫 이런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될 뻔 했다. ⓒ美38노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0일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한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자금지원 중단에 따라 5월에 한미연구소(USKI)를 폐쇄하기로 했다”는 로버트 갈루치 이사장의 말을 일제히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온 뒤 언론은 물론 북한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38노스’ 프로그램도 결국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와 관련해 ‘39노스’의 설립 때부터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온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이 11일 “38노스는 계속 운영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여러분도 아마 많은 뉴스를 접해서 아시겠지만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측이 ‘38노스’의 모 기관인 존스홉킨스大 고등국제관계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우리 연구소 역사에서 매우 불행하게 진행된 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한미연구소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 오랫동안 한국을 관찰해 온 ‘돈 오버도퍼’와 한미연구소 회장인 스티븐 보스워스 前대사, 미국의 대북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前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이 설립했다”며 한미연구소 폐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현재 일어난 논란을 떠나, 저는 우리 독자들께 한미연구소가 폐쇄되더라도 ‘38노스’는 계속 운영할 것임을 약속 드린다”며 “더 많은 뉴스를 여러분 앞에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의 성명은 짧게 끝났지만 ‘38노스’ 안팎에서 나오는 소식은 다양하다.
▲ 2016년 11월 북한 관계자와의 '반민반관 접촉'을 위해 공항에서 나서는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0일 ‘동아일보’는 “한국이 자금지원을 중단했지만 다른 재단 등에서 후원을 받으면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다. ‘38노스’의 운영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한미연구소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고, ‘연합뉴스’ 등은 11일 “맥아더 재단 등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38노스’는 계속 운영하기로 했고, 조엘 위트가 이곳을 맡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자금 지원을 끊기로 한 한미연구소보다 ‘38노스’의 폐쇄 여부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곳에서 내놓는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와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 기사들 때문이다.

‘38노스’는 2006년 한미연구소가 설립된 이후 내부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에 대한 예측이 계속 맞아 들어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유명세를 탄 ‘38노스’에는 다시 저명한 군사전문가와 정치전문가, 북한전문가 등이 기고문을 보내면서 나날이 발전해 왔다.

‘38노스’는 특히 2016년 1월부터 시작된 김정은 정권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그 전후 북한 내부의 동향을 위성사진 분석보고서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 국내외 언론에게 큰 도움이 됐다.

국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명목으로 ‘38노스’를 없애기 위해 ‘한미연구소’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한국이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 내부를 엿보는 것이야 참을 수 있지만 민간 연구기관이 상업용 위성사진을 사용해 자신들의 내부를 거의 실시간으로 살피고 관련 내용을 전 세계에 알려주는 것이 거북했다는 것이다.
▲ 지난 3월 16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첫 회의 모습. 지금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성취한다”는 전략을 고집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필요하다면 외국 연구소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리고 이런 남북한 정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38노스’의 모 기관인 ‘한미연구소’에 자금지원 중단을 통보하면서 “연구소 소장과 부소장을 해고하라”고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한미연구소’의 소장과 ‘38노스’ 편집장을 겸임하는 부소장을 해고하면 북한을 불편하게 만드는 ‘38노스’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대로 생각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크게 실패한 셈이다.

‘38노스’ 운영자 중 한 명인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이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뜻을 밝혔고, 미국에서 그나마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한미연구소’가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북한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가 됨에 따라 ‘38노스’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는 것은 물론 한국 내에서도 후원을 받으며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지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38노스’에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글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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