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Story]2월 연임 개헌 보도 후 반대성명 봇물…中공산당 반발여론 삭제 중
  • ▲ 홍콩 언론을 통해 시진핑 장기집권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진 中베이징 大 교수들. 왼쪽부터 리천젠(李沈簡·49) 상무부원장, 어웨이난(鄂維南·54) 원장, 장쉬둥(張旭東·52)ⓒ뉴시스-명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 언론을 통해 시진핑 장기집권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진 中베이징 大 교수들. 왼쪽부터 리천젠(李沈簡·49) 상무부원장, 어웨이난(鄂維南·54) 원장, 장쉬둥(張旭東·52)ⓒ뉴시스-명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3월 25일 中베이징大 교수 3명이 시진핑의 장기집권 개헌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 국내에도 전해졌다. ‘뉴시스’ 등 국내 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홍콩 ‘명보’와 ‘빈과일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을 통해 보도됐다고 한다.

    며칠 뒤 중화권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사표를 낸 사람은 ‘리천젠’ 교수 혼자였다고 한다. 10억 명이 넘는 중국인 가운데 시진핑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사람은 ‘리천젠’ 교수 이 한 사람뿐인 걸까.

    지난 3월 11일 中공산당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을 표결에 붙였다. 총 2,964표 가운데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가 나왔다. 찬성률 99.97%였다.

    아무리 공산독재체제라고 해도 지나친 감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中관영매체들이 보도한 화면을 보니 이해가 됐다. 익명의 비밀투표가 아니라 투표용지를 펼친 채로 나와서 단상에 있는 투표함에 넣는 식이었다.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지를 모두가 볼 수 있게 한 투표였다.

    자칭 ‘중화인민공화국(PRC)’이라는 곳에서 국가원수 관련 헌법 규정을 이렇게 고친다는 것은 스스로 전체주의 국가이자 ‘인민의 주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중국 인민들은 이런 전인대의 모습을 예상이라도 한 듯 中관영매체 ‘신화통신’이 관련 보도를 한 직후부터 강력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25일 中신화통신은 “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전인대 회기와 같은 5년으로 하고, 연임을 2회기 넘게 할 수 없도록 한 현행 헌법 제79조를 개정해 연임기한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中공산당 지도부는 ‘신화통신’의 보도가 나오자 이를 즉각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보도 책임자들을 문책했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들이 ‘시진핑의 장기집권 길이 열렸다’는 내용으로 보도를 이미 내보낸 뒤였다.
  • ▲ 지난 3월 17일 시진핑이 中국가주석직을 연임하며 헌법에 선서할 때 인민대회당 안으로 군 의장대가 행진을 하며 들어오는 모습. ⓒ中관영 CCTV 관련방송 화면캡쳐-대기원시보.
    ▲ 지난 3월 17일 시진핑이 中국가주석직을 연임하며 헌법에 선서할 때 인민대회당 안으로 군 의장대가 행진을 하며 들어오는 모습. ⓒ中관영 CCTV 관련방송 화면캡쳐-대기원시보.
    中공산당이 철저히 검열하고 통제하는 본토에서는 시진핑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지만 홍콩에서는 달랐다. 이틀 뒤인 2월 27일 ‘빈과일보’, ‘명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가와 기업인, 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이날 “중국 내 학자를 포함해 지식인 100여 명이 이번 개헌을 시진핑이 황제가 되는 길을 만든 ‘무술변법’이라고 부르며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놨다”고 전했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1989년 6월 中베이징 천안문 사태 당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왕단’은 성명을 통해 “이번 개헌은 신해혁명 이후 심각한 역사적 퇴보로 40년 개혁개방 정책의 철저한 부정이며 중국 인민들에게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양심을 지닌 중국인들은 미래를 위해 용감하게 일어나 강력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왕잉파’라는 중국 기업인은 “공화국 제도는 중국 인민이 100년 동안의 투쟁으로 이뤄낸 이상이자 집권당의 약속”이라면서 “(시진핑의) 개헌 추진은 인민에 대한 배신이자 역사적 퇴보”라고 中공산당을 강력히 비판했다고 한다.

    ‘리다퉁’이라는 중국학자는 베이징의 전인대 대표 55명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개헌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해외에 있는 중국 학자들도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청나라 군벌 위안스카이가 스스로 황제에 오른 일”과 비교하거나 “마오쩌둥처럼 종신 집권을 선택한다면 죽음 밖에 없다”며 시진핑 中국가주석과 中공산당 지도부를 강력히 비판했다고 한다.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시진핑 中국가주석에게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준 개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왜 관련 보도는 이처럼 적은 걸까. ‘리다퉁’이라는 학자처럼 공개서한까지 보낸 사람도 있는데 왜 모든 사람이 찬성표를 던졌을까.

    中공산당의 강력한 미디어 검열삭제와 통제도 원인이지만 시진핑 집단이 보유한 무력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 ▲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낫 마이 프레지던트 캠페인 포스터.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낫 마이 프레지던트 캠페인 포스터.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화권 매체 ‘대기원시보’는 지난 3월 20일 “이번 전인대 때 시진핑과 왕치산이 국가주석과 국가 부주석으로 헌법 선서를 할 때 회의장에 군 의장대가 들어오는,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대기원시보’가 지적한 군 의장대의 전인대 회의장 행진은 다른 나라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中공산당 지도부는 이 모습을 관영매체 CCTV를 통해 전 인민에게 보여줬다. 마오쩌둥 시절부터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폭력지상주의를 신봉해 온 중국 인민들에게 확실한 경고를 한 셈이었다. 동시에 中공산당 광전총국은 언론과 SNS 등에서 반대 여론을 철저히 검열삭제 하는 등 통제했다. 그러나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은 막을 수 없었다.

    美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영국 등에서 생활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시진핑의 장기집권 개헌에 반대하며 ‘낫 마이 프레지던트(#NotMyPresident)’ 캠페인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美‘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낫 마이 프레지던트’라는 표현과 해시태그는 3월 1일(현지시간) 美캘리포니아大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온라인 게시판에 시진핑의 사진과 함께 처음 등장한 뒤 미국 내 9개 대학으로 퍼졌다고 한다. ‘낫 마이 프레지던트’ 캠페인을 시작한 중국 유학생은 “우리는 이번 주석 연임제 폐지 시도가 중국을 다시 ‘문화혁명’에 빠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시진핑의 장기집권 시도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런 소식이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3월 25일 베이징大 자유전공학부(위안페이 학원) 교수이자 상임 부원장인 ‘리천젠’이 사표를 낸 것이다.

    홍콩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리천젠’ 교수는 사표를 던진 뒤 SNS에다 “포용과 사상의 자유는 베이징大의 정신적 횃불”이라며 “자유는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개 넘치는 지식인들의 처절한 희생의 대가”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빈과일보’ 등 홍콩 언론들은 “이를 본 사람들이 리천젠 교수를 기개있는 지식인의 표본이라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70년 이상 일당독재체제에 길들여진 인민들, 총과 칼로 수만 명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두려움은 14억 중국인들로부터 양심과 용기를 빼앗았다.

    현 시점에서 시진핑 中국가주석의 장기 집권과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 사회는 홍콩뿐이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과 일본마저 中공산당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 언론은 어떨 때는 홍콩 언론만도 못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중국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뒤 ‘대만 여행법’에 서명했을 때 일부 한국 언론은 “트럼프가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표현을 썼다.

    中춘추전국시대 ‘한비자’가 주장한 ‘역린’은 ‘용의 비늘 가운데 거꾸로 난 것’으로 “군주가 매우 노여워할 수 있는 혼자만의 약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역린을 건드렸다’는 표현은 보통 신하에게 사용한다. 즉 한국 언론은 트럼프 美대통령을 시진핑 中국가주석의 ‘아랫사람’으로 본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언론이 전하는 중국 소식과 여론을 믿는다면 앞으로 한국 국민 또한 中공산당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처럼 격동하는 정세에서 中공산당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한국 국민들 또한 언젠가는 중국 인민들처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