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충남 의원들 출마 촉구로 명분 갖춰져 '청신호'… 김태호 등판에는 경남 의원들 의견 갈려
  • ▲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사진)이 이번 주내로 충남도지사 출마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사진)이 이번 주내로 충남도지사 출마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하며 잠재적 대권주자로 여겨졌던 이인제·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계 복귀 시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희비가 엇갈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충남도지사 출마에 필요한 정치적 명분이 갖춰졌다는 판단 아래, 이번 주내로 결단을 내리고 부활의 날개짓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흠 최고위원과 성일종 충남도당위원장, 이명수 의원 등 충남 지역 한국당 의원들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충남지사 출마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안희정 전 지사의 소속 직원 성폭행 파문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이미 충남도민의 선택을 받을 자격을 상실했다"며 "6월 지방선거는 충남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여러 경험을 통해 검증된 '큰 인물'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판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이인제 고문은 6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최연소 노동부장관과 초대 민선 경기지사를 역임했고,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춘 정치인"이라며 "상처 입은 충남도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적임자인 이인제 고문이 마지막 정치 인생을 고향인 충남을 위해 봉사와 헌신으로 마무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문과 함께 배포된 연판장에는 김태흠 최고위원과 성일종 충남도당위원장, 정진석·홍문표·이명수 의원 등 충남 지역의 한국당 현역 의원들이 전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그간 출마 예상자 명단에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이명수 의원이 직접 연판장에 이름을 올림에 따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출마 결단에 필요한 '교통정리'가 마무리됐다는 관측이다. 김태흠 최고위원도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명수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지역구 문제나 여러 고민 끝에 그런 (불출마)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분명 거물이지만, 오히려 거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서 출마 결단을 밝히기에 앞서 선행적으로 '교통정리'가 돼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이미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에 이미 경기지사를 지냈고 대선에까지 출마했던 몸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직접 나서서 충남지사에 출마하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본인이 나서기보다는 간곡한 요청에 부응하는 듯한 모양새가 갖춰질 필요가 있었다.

    또,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후배정치인과의 경쟁은 있을 수 없는 '그림'이기 때문에 이 또한 먼저 '교통정리'가 이뤄질 필요 또한 존재했다.

  • ▲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과 성일종 충남도당위원장, 김태흠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충남도지사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명수 의원이 자신의 출마 의사를 접고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출마 촉구 대열에 동참함에 따라, 이인제 전 최고위원 출마 결단에 필요한 교통정리가 마무리됐다는 관측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과 성일종 충남도당위원장, 김태흠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충남도지사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명수 의원이 자신의 출마 의사를 접고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출마 촉구 대열에 동참함에 따라, 이인제 전 최고위원 출마 결단에 필요한 교통정리가 마무리됐다는 관측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인제 고문은 일단 후배들이 나설 수 있으면 나서라는 입장"이었다며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들 전체가 이인제 고문을 모시기 위해 강하게 요청하는 절차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이날 이명수 의원을 포함한 충남 지역 현역 의원들이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함에 따라, 이와 같은 모양새가 전부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충남지사 출마를 요청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으며, 고향을 위해 어떤 길이 진정한 봉사의 길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빠르면 주내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정계 복귀에 '청신호'가 들어온 반면 김태호 전 최고위원의 정계 복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은 당초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후보로 이주영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박완수 의원을 순차적으로 고려했으나, 이들 모두가 불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아직까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당초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후보로 거론되다가, 최근에는 전략공천의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의원을 내리꽂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의원은 정치적 체급이 있기 때문에 한국당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정치적 거물을 출마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수 있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이와 같은 국면의 틈새를 노리고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정계에 복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경남 권역 중진의원은 지난 주 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배석한 가운데, 몇몇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주재하고 등판 가능성과 지역 여론을 타진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호 전 최고위원의 등판에 대한 경남 권역 의원들의 의견은 합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 지도부의 선거에 대한 전략도 김태호 전 최고위원의 구상과는 판이한 것으로 알려져, 정계 복귀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당 경남 권역 중진의원은 "도내 의원들이 얼마 전에 회합을 갖고 박완수 의원의 불출마 의지를 확인한 뒤, 윤한홍 의원의 차출이 적절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이뤘다"며 "그간에 논의가 있었던 상황에서 지금 새삼 김태호 전 최고위원 카드를 꺼내는 것은 선거 준비에 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 ▲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최근 경남 권역 몇몇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함께 하며 경남지사 출마 가능성을 타진해봤으나, 도내 의원들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최근 경남 권역 몇몇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함께 하며 경남지사 출마 가능성을 타진해봤으나, 도내 의원들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홍준표 대표도 '김경수 카드'에 대항하기 위해 '김태호 카드'를 꺼내들기보다는, 자신과 윤한홍 의원이 3년 동안 경남도지사와 행정부지사로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을 활용해 다가올 지사 선거를 '홍준표 도정에 대한 신임선거'의 성격으로 돌파하면서, 구도를 '윤한홍 대 김경수'에서 '홍준표 대 김경수'로 틀어버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7일 경남 김해를 찾은 자리에서 "이번 경남도지사 선거는 홍준표의 신임을 걸고 치를 것"이라며 "재신임에 적합한 분을 경남지사 후보로 내고 그 지사 후보와 함께 홍준표가 직접 재신임 여부를 고향 사람들에게 물어보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과거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시절 지도부를 구성했던 거물급 인사들 중에서는 일단 이인제 전 최고위원만이 정계 복귀에 청신호가 들어오게 됐다.

    김무성 전 대표는 바른정당 창당과 자유한국당 복당 등 한동안 정치적 부침을 겪다가, 최근 북핵폐기추진대책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다시 정치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무성 지도부' 시절 원내대표로 당연직 최고위원을 맡았던 이완구 전 원내대표와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정치적 근황이 좋지 못하다.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돼 법정투쟁을 벌이다 최근에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올가미에서 벗어났지만, 정계 복귀의 단초는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에 뜻을 두고 있다는 말이 있으나, 한국당에서는 길환영 전 KBS 사장을 해당 지역구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공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현 정권의 정치보복 하명수사 대상에 올라 있어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충남지사 출마가 유력시돼 숨통이 트였으나,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경남지사 출마가 불투명한 여건이다. 김을동 전 최고위원은 바른정당 창당에 합류했다가, 지역구(서울 송파을)를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이던 이정현 전 대표는 탄핵과 분당 와중에서 당적을 이탈한 뒤, 아직도 계속해서 무소속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등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헤쳐나가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본인의 불출마 의사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계 복귀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