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적폐'인 'DQ(부적격)'에 반대하는 자유민주파 의원들 인기 끌어
  • 홍콩에서 ‘반실격’ 보궐선거가 오는 3월 11일 4개 선거구에서 실시된다.

    이 보궐선거는 2016년 총선거에서 당선된 일부 입법회(국회) 의원들이 의원 선서 때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행동을 벌여 실격된 데 따른 선거로, ‘反DQ’(anti-disqualified) 선거로도 불린다. DQ란 실격(disqualified)된 의원들을 일컫는 단어로, 현재 홍콩 정치탄압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돼 있다.

    또한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보궐선거 입후보자 등록 과정에서 ‘홍콩독립’ ‘민주자결’이 평소 정치신념이라는 이유로 3명의 후보를 실격시키자, 범민주파는 이를 또다른 DQ라고 맹비난하며 선거판을 들끓게 하고 있다.

    실격의 구체적 이유는 이렇다. 2016년 10월 입법회 총선거에서 당선된 독립파 당선인 2명이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Hong Kong is not China) 구호가 적힌 배너를 두르고 선서대에 나와 ‘중화인민공화국’을 ‘People’s Re-fucking of China’ 혹은 ‘지나(支那, 중국을 비하하는 표현)’라고 호칭했다. 그 외 15명의 범민주파 및 독립파 의원들이 선서대에서 선서문을 찢거나, 읽는 데30초 걸리는 선서문을 6초에 한 글자씩 총 12분에 걸쳐 읽거나, 일부 단어를 바꿔 부르거나, 선서문의 영어 혹은 중국어 문구를 부정확하게 발음하거나, 고성을 질렀고, 탬버린을 두들기며 구호를 외친 의원도 있었다.

    홍콩기본법 해석권을 갖고 있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이를 모독행위로 간주하여, 중국을 '지나'라고 부른 의원 2명을 한 달 후 제명시켰고, 문제 행동을 벌인 다른 4명의 의원을 2017년 7월 추가 제명했다. 이 중 두 의원이 제명무효 소송을 벌여, 해당 선거구에서는 이번 보궐선거가 보류되었다.

    2014년 우산시위 이후 중국 및 홍콩 당국은 홍콩독립, 민주자결 등 사소한 정치적 주장에 민감하게 대응해 왔고, 이런 탄압은 2016년 총선거에서 홍콩독립을 주장하는 재야 세력인 독립파가 사상 첫 의석(6의석)을 차지하는 반대결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중국 당국은 이런 정치인을 홍콩판 ‘적폐’로 몰며, 의원선서를 빌미로 범민주파와 독립파 의원들을 제명시키며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 이런 사정으로 홍콩의 이번 보궐선거 열기는 뜨겁다. 범민주파는 독립파와 연대하여 4개 선거구에 모두 단일 후보를 내놓았는데, 이들은 친중 매체인 Now TV가 2월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0~70%대의 지지율을 보인 후 계속 우위를 달리고 있어, 모두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2014년 우산시위 리더 죠슈아 웡(黃之鋒)이 비서장으로 있는 범민주파 계열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소속 홍콩 아일랜드(香港島) 선거구 단일후보 아그네스 초우(周庭, 여, 24)가 입후보 과정에서 실격되어 대체후보로에 출마한 아우 녹 힌(區諾軒, 31) 후보와 앞서 제명된 의원 중 유일하게 재출마 자격을 얻어 카우룬 웨스트(九龍西) 지역구로 바꿔 출마한 에드워드 이우(姚松炎, 54) 전 의원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우 전 의원은 의원선서 시 ‘행정장관 직선제를 위해 투쟁한다’ 란 문구를 선서문에 삽입하여 읽은 것이 문제가 되어 제명됐다. 범민주파는 이 외에도 뉴 테리토리 이스트(新界東) 선거구에 구의원 출신 게리 판(范國威, 51) 후보를, 건축, 측량, 도시계획, 조경분야 직능비례대표에 네덜란드 태생의 폴 짐머만(Paul Zimmerman, 59세) 후보를 출마시켰다.

    이들 후보들은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 탄압때문에 벌어진 선거이다. 선거를 통해 홍콩인의 자유 지성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입후보 자격이 실격되어 이번 보궐선거 탄압(反DQ)의 상징처럼 된 아그네스 초우 씨는 현재 범민주파 후보들의 지원유세를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홍콩에서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저지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며 반중·반공의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반중정서가 팽배해 있는 홍콩에서 친중파 후보들은 선거 초반의 열세에서 지지율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으나, 일부 친중파 후보가 열세 만회를 위해 선거 막판에 범민주파 후보의 고교 시절 행적까지 들춰내 문제삼는 등 혼탁양상도 보이고 있다. 
  • 또한 중국 정부도 이번 보궐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선거운동이 한창인 지난 3월 4일 자오러지(趙樂際)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참석한 홍콩과 마카오 대표단 20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고도의 자치권을 이용해 중앙정부에 투쟁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 고 경고하며 압력행사를 시도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범민주파가 4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되어도 친중파 우위의 의회의석 판세에는 변동이 없으나(현재 범민주파 + 독립파 23, 친중파 40, 중립 1), 여론조사 결과대로 범민주파가 4의석을 석권할 경우 대정부(중국) 투쟁 활동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