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구 의원, 페이스북에 '아들 사진' 올렸다 네티즌 뭇매"아들이 MBC 공채 도전"..네티즌 "간접 취업 청탁 아니냐" 분노
  • 영화 '친구'에 등장하는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한 선생님의 대사는 소위 '빽'이 통하던 시절을 상징하는 말이다. 아버지의 지위고하에 따라 체벌 수위를 조절하는 선생님처럼 직장에서 명문가 자제들을 알아서 등용하던 때가 있었다. 혹자는 그 시절이 그립다는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가정환경조사에서 학부모의 재산이나 직업, 학력 등을 기재하는 난이 사라진지 오래고, 지난해 하반기부턴 공무원 지원 이력서에서도 학력·출신·신체조건을 쓰는 난이 삭제됐다.

    文대통령 "공무원 채용시, 학력 기재 못하게 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자리에서 "학력·출신지·신체조건 등은 말하자면 차별적 요소"라며 "공무원·공공부문 채용을 할 때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라"고 엄중한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추상 같은 명령이 떨어지면서 공영방송 MBC에서도 지원자의 학력과 가정환경을 일체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난 4일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 놈이 MBC 아나운서 공채시험에 도전했는데 경쟁률이 엄청나다고 한다"며 아들의 얼굴 사진을 떡하니 올려놔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들 놈이 MBC 아나운서 공채시험에 도전했는데 경쟁률이 엄청나다고 한다. 저도 한때는…, 제 군대시절 사진 어떤가요?"


    대통령이 누구나 실력으로 대접받는 공정사회를 구현하겠다며 직접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한 마당에, 현역 여당 국회의원이 아들의 입사 지원 내용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실수(?)를 저지른 것.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이없는 이 행동에 다수 네티즌들은 "어기구 의원이 실수를 빙자, MBC에 외압을 행사하려 했다"는 맹비난을 가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 게시물이 논란을 빚자, 어 의원은 해당 사진을 즉각 삭제한 뒤 "평생 꼬맹이라 생각됐던 아들이 처음으로 입사시험을 치르고 온 것이 대견해 어디에라도 자랑하고 싶었던 마음밖에는 없었다"며 "결단코 부정청탁이나 간접청탁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 마음과 감정만 생각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저의 글로 인해 상처받으신 취업준비생과 가족, 국민여러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를 전했다.
  • 안녕하십니까.

    당진시 국회의원 어기구입니다.

    저는 어제(2018.03.05.) 방송국 공채에 다녀 온 아들의 사진과 제 젊은 시절 사진을 올렸습니다. 연이은 채용비리로 인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 상처를 주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저 평생 꼬맹이라 생각됐던 아들이 처음으로 양복과 구두를 챙겨 입고 혼자 첫 입사시험을 치르고 가족 단톡방에 보내온 사진들이 정말 대견하고 뭉클해서 어디에라도 자랑하고 싶었던 마음밖에는 없었습니다. 결단코 부정청탁이나 간접청탁의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과 감정만 생각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아들과 논의하여 방송국 공채지원을 철회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채용문화 정착에 앞장서겠습니다.

    저의 글로 인해 상처받으신 취업준비생과 가족, 국민여러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사진 출처 = 어기구 의원 페이스북 / 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