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민주연구원장 "한민당은 친일" 헛발질… 당대표실에 한민당 창당 주도한 윤보선 사진 걸려
  • ▲ 문재인 대통령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국회 당대표회의실에 해공 신익희 선생의 사진을 걸고 있다. 해공은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이
    ▲ 문재인 대통령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국회 당대표회의실에 해공 신익희 선생의 사진을 걸고 있다. 해공은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이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세력"이라 명명한 한민당이 창당한 이듬해 민국당으로 확대개편할 때 승선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의 원류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른바 '마포민주당'을 갖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들어간 원외(院外) 인사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민석 원장은 16년 전에 치러진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출마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완패했었다. 이후 정치적 위상이 상당히 쪼그라들자 초조함 때문인지 문제발언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석 원장은 18일 여의도 민주연구원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시점에서 역사의식을 바로세우는 담론을 제기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정당으로는 한민당·공화당·민정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세력에게는 대한민국의 가치인 진정한 민주가 존재하지 않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세력에게 낙인을 찍으려는 의도였겠지만 '헛발질'이 나왔다는 비판이다. 하필 더불어민주당의 '뿌리'로 여겨지는 한민당(한국민주당)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국회의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윤보선 전 대통령, 장면 전 국무총리, 해공 신익희 선생의 사진도 나란히 걸려 있다.

    그런데 이 중 윤보선 전 대통령은 한민당을 창당한 주역이다. 김민석 원장의 발언대로라면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세력'의 상징을 민주당은 당대표회의실에 걸어놓고 있는 셈이 된다.

    함께 사진이 걸려 있는 신익희 선생과 장면 전 총리도 한민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1948년의 한민당 창당에 직접적으로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신익희 선생은 이듬해 한민당이 민주국민당(민국당)으로 확대개편될 때 승선했으며, 장면 전 총리도 1955년의 민주당 창당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민당~민국당~민주당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원류'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고원 상지대 학술연구교수는 〈프레시안〉에 연재한 '정당분석'에서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해방 공간에서 존재했던 한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단언했으며, 고종석 칼럼니스트도 "민주당의 뿌리라 할 해방기의 한민당"이라고 기술했다.

    인적 구성으로 봐도 민주당의 핵심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한민당 창당을 주도했던 조병옥 박사의 아들이며,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역시 한민당 창당멤버인 정일형 박사의 아들이다.

    이러한 한민당을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세력"이라 지칭했으니, 김민석 원장이 누워서 더불어민주당의 얼굴에 침을 뱉은 꼴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민석 원장이 이러한 '튀는 발언'을 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한 몸부림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공교롭게도 올해 지방선거와 같은 날에 치러진 2002년 6·13 지방선거 당시 김민석 원장은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만큼 정치적으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선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완패한 이후, 김민석 원장의 정치적 존재감은 급전직하 일로를 걸으며 추락했다. 16년 뒤인 지금 지방선거에 이르러서는 아무도 김민석 원장을 서울시장 후보군은 커녕 구청장이나 지방의원 후보로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 세력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시 무주(無主) 상태가 됐던 '민주당' 당명을 선점한 뒤, 우리 정당사상 유례가 없는 '당명'을 자산으로 야권통합 과정에 끼어드는 정치행보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가는데는 성공했지만, 정치적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튀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민주연구원은 내달 17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 강좌'를 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원장은 "향후 민주당 당원 학습의 기본 내용으로 전달하겠다"고 했는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던 한민당에 대한 인식이 되풀이될 경우, 자신들의 당원 앞에서 스스로의 당의 뿌리를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세력'으로 명명하는 모습이 반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