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출범대회로 하나된 두 당, 지지자들도 하나될 수 있을까
  • ▲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유승민 대표, 안철수 전 대표(왼쪽 순)가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가 끝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유승민 대표, 안철수 전 대표(왼쪽 순)가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가 끝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역사적 현장에 서 있다는 게…"

    60대 남성인 바른미래당 지지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감격한 듯 말끝을 흐렸다. 그는 취재 나온 기자에게 역으로 "고생 끝에 통합이 됐는데 어떻게, 잘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바른미래당에 거는 기대가 커 보였다.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식에는 당원과 지지자 15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채웠다. 현장은 당원과 지지자가 자발적으로 준비해온 각양각색 응원 도구와 응원가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들은 바른미래당과 소속 의원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바른미래당 지지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을 대체해 명실상부 대안 야당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자유한국당 같은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를 지지할 수 없다는 건전 보수 국민들에게, 우리는 진짜 보수의 새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유승민 대표의 발언에 바른미래당 지지자들은 큰 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화답했다. 

    줄곧 보수정당에만 표를 줬다는 한 60대 남성은 "사실 그동안 보수정당은 문제가 많았다"며 "결국 정권교체까지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보수가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본다"고 해 바른미래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의당 지지자였다는 70대 남성은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자유한국당은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에 큰 양당을 뛰어넘어 붐을 확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을 지지했다는 또다른 40대 여성은 "자유한국당을 대체해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양당 구도를 이뤄야 한다"며 "바른미래당은 희망이 기대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상대 의원에 대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정운천 의원 지역구인 전북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바른정당 지지자는 호남 민심에 대해 "아직은 바른미래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다들 지켜보고 있는 것 같긴 하다"고 전했다.

    이 지지자는 "바른미래당에서 전북 출신 의원은 2명인데 그중 한 명이 정운천 의원"이라고 자랑스레 말하면서도, 같은 전북 출신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에 대해서도 "의리가 있는 양반"이라고 치켜세웠다.

  •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새 지도부로 선출된 박주선-유승민 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새 지도부로 선출된 박주선-유승민 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미래당 지지자들이 이처럼 큰 틀에서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양당 지지자 간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국민의당에서 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초록색 막대봉과 풍선을 활용해 응원했다. 바른정당 지지자들 역시 자신들이 바른정당 지지자였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하늘색 배경의 피켓을 만들어왔다.

    이 때문에 현장은 바른미래당의 공식 당 색인 청록색(청색+녹색)이 아닌, 초록색과 하늘색으로 양분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아울러 국민의당 지지자들과 바른정당 지지자들은 바른미래당이 보수정당이냐 아니냐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바른미래당이 중도정당이라고 했지만, 바른정당 지지자들은 중도보수 내지 보수정당으로 인식했다.

    국민의당을 지지한다는 40대 여성은 바른미래당이 중도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냐는 기자 질문에 "바른미래당은 중도정당"이라며 정정을 요구했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왔다는 또다른 국민의당 지지자 역시 원래 중도보수정당을 지지했느냐는 질문에 보수를 뺀 "중도정당을 지지했다"고 잘라말했다. 이 지지자는 "국민의당에서 호남 의원들이 빠지면서 보수정당화 되는 것이 염려가 된다"고도 했다.

    반면 줄곧 보수정당만 지지했다던 바른정당 지지자는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큰 틀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정당들은 거의 다 보수에 가깝다고 본다"며 "이념의 차이가 좀 있더라도 별 문제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통합 이후에도 잠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 대표가 이날 "오늘부터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분파주의를 배격할 것이다. 사당화, 패거리, 계파는 민주 정당에 있어선 안 될 구태"라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물리적 통합을 이뤄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여전히 화학적 결합은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그동안 의원, 당직자 모두 여러 차례 만나며 소통했다"면서도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