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라더니 사회주의헌법 전락" 전문가들 '성토'

개헌안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사회적 경제 명시…"지나친 국가개입주의가 삶의 국유화 불러"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13 17:48:50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헌법개정, 무엇을 담아야 하나'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광 선문대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지난 1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공개한 개헌안에 지나친 국가개입주의가 반영돼, 개인의 자유·창의가 사라지고 경제활동이 후퇴해 사회주의체제로 향하는 삶의 국유화(國有化)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헌법개정, 무엇을 담아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은 굵직한 이념을 담으면 충분한데, 개정안에는 온갖 사소한 것들을 집어넣어 헌법을 '잡법'수준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념 지향성도 강해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오명도 썼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가 지적한 대표적인 사회주의적 조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119조) △토지공개념(122조) △사회적 경제(125조) 등이다.

특히 최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납세로서 이미 완료했고, 그 이상은 기업의 자발적 의지에 맡겨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더라도 회사법에 해야 하지, 헌법에 기업의 책임을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로 토지공개념은 헌법 제23조 2항, 제122조 등에 근거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신설된 120조에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보전을 도모하고, 토지 투기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한다'로 돼 있다.

최 교수는 "토지투기로 인한 경제 왜곡은 헌법에 굳이 삽입할 내용이 아니다. 헌법은 나라의 근본이 되는 기본법으로 국격과 품위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얼마나 토지투기가 심각하면 헌법에서 토지투기를 명문으로 그 방지책까지 규정해야 했는가 하는 평가가 있다"며 "국제적 망신이며 헌법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헌특위 자문위는 현행 제123조 3항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를 제125조로 분리, '국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고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로 명시했다.

최 교수는 "'사회적 경제의 발전'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헌법에 도입하면 자체적으로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가의 절대적 임금 보조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는 경쟁과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의 존립을 불가능하게 하고, 자유시장경제를 무력화해 국가를 빈곤에 빠뜨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국가개입주의는, 다 똑같이 산다는 의미에서 결과적 평등은 되겠지만 개인의 자유와 창의력·혁신이 퇴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성장도 정체된다. 그러다보면 주어진 파이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관건이 되고, 결국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된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에게 상당한 권한이 집중된 권력구조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국가권력구조는 지향하는 바가 분명해야 하고,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제돼야 한다"며 "예컨대 행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할 때 의회 견제가 있어야 하고, 의회유보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대통령에게 법률안제출권을 줘서는 안 되고, 그 외에도 대통령 임명권을 형식적 임명권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당초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권력을 분산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음에도, 개정안에는 본질적인 권력개편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개정안에는 대통령의 핵심권한인 회계감사권·법률안제출권·예산안편성권 등을 국회에 넘기는 부분이 배제돼 있으며, 불체포특권·인사권도 마찬가지다. 현행 대통령 인사권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김 교수는 "헌법은 국가 존립과 국민의 안전·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세계인권선언문이 아니며, 특정 정파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헌법을 헌법답게 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다 확대함으로써 법치국가가 요구하는 책임있는 자유·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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