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정치인들, 홍콩에서 ‘내로남불’ 들이밀다 강한 저항 직면
  • 홍콩에서도 요즘 ‘내로남불’ ‘적폐청산'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11일 오후 홍콩 도심에서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홍콩 최대 야당 계파인 범민주파 지도부와 오는 3월 입법회(국회) 보궐 선거에 출마할 범민주파 후보 대부분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지난 1월 5일 홍콩정부 율정사 사장(律政司 司長,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테레사 청 (鄭若驊)의 자택 불법 증축 문제를 지적하며 사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날 “鄭若驊下台(테레사 청 사임)”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들고 홍콩 도심을 통과해 율정사 앞까지 행진하였으며, 도중 중국 국기를 든 100여 명의 친중 시위대와 마주쳤으나 서로 고성이 오갔을 뿐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위 참가자는 “테레사 청 사장과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 자기 마음에 안들면 공정성을 강조하고, 누구는 너그럽게 봐달라고 하다니 후안무치하다. 게다가 대상은 법을 가장 잘 지켜야 할 율정사 사장이다” 고 말했다.

    英런던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영국 변호사 출신 테레사 청 율정사 사장은 취임 전 지하실과 옥상을 불법 증축한 주택을 매입했는데 증축 전 건물 시가로 은행 융자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테레사 청의 주택 불법 증축은 취임 다음날 야당 언론 ‘사과일보’(Apple Daily)와 ‘명보’에 의해 처음 보도됐다. 준법정신이 철저해야 할 율정사 사장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됐다.

    언론에 보도되자 테레사 청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으나 ‘사과일보’가 구글 어스로 그의 자택 사진을 분석하며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홍콩 변호사 협회장이 나서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홍콩 최고 실권자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입법회(국회) 질의 답변에서 청 사장 문제는 ‘개인문제’에 불과하다며 너그럽게 봐 줄 것을 요구했고, 일부 건제파(建制派, 친중파) 의원들이 청 사장을 옹호했다.

    이 문제는 홍콩 정부가 오는 3월 열리는 입법회 보궐선거 후보 등록과 관련, 범민주파 후보 세 명이 ‘홍콩독립’ ‘민주자결’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1월 말 등록을 취소하고, 캐리 람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조치였다”고 주장하자 범민주파가 분노하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자했다.

    오는 3월 11일 열리는 보궐선거의 성격도 홍콩 시민들을 자극하는 요소다. 이 보궐선거는 2016년 입법회 총선거에서 범민주파 당선인 6명이 의원 선서 때 ‘중화인민공화국’을 비하해서 부르거나, 선서문을 찢거나, 6초에 한 글자씩 읽는 등을 중국 정부가 ‘모독행위’로 간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주도로 제명한 데 따른 선거로, 4개 선거구에서 열린다. 나머지 2개 선거구에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3월 보궐선거의 성격 자체가 범민주파에 대한 탄압으로 시작된 데다 이전 선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홍콩독립’ ‘민주자결’ 주장이 의원 등록 취소사유가 되자, 범민주파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이중 잣대를 문제 삼으며 테레사 청의 사퇴를 더욱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우산 시위 이후 홍콩에서 사소한 정치적 주장을 이유로 의원직 제명과 선거 후보 등록 취소 등 엄격한 법적 조치를 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2016년 12월 국제투명성기구(TI)의 반부패지수에서 아시아 2위, 세계 16위를 차지한 홍콩에서 법 집행 책임자인 율정사 사장의 불법 행위와 이에 대한 홍콩 행정장관의 묵인은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범민주파는 설 연휴 이후 새로운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